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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부형권/질타당한 「憲裁 무소신」

입력 | 1998-11-04 19:00:00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삶의 마지막 기대를 걸던 사형수의 심정을 생각해 봤습니까.”

3일 오후6시경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

조순형(趙舜衡·국민회의)의원이 ‘헌재의 무소신 늑장 결정’을 질타하며 사형수 손모씨의 헌법소원을 예로 들었다.

90년 4월 사형선고를 받은 손씨는 같은 해 5월 사형제도에 관한 헌법소원을 헌재에 냈다. 그러나 손씨는 그 해 12월 헌재 결정문을 받아보지도 못한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헌재는 그로부터 만 4년이 지난 뒤인 94년 12월 사건 종결 결정을 내렸다. “청구인인 손씨가 이미 숨졌고 소송을 이어갈 가족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조의원은 “죽음을 눈 앞에 둔 사형수가 사형제도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요구한 이 절박한 사건을 4년 이상 끈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헌재 관계자는 “사형제도에 관해 법리상 심각하게 다투고 있고 선진국에서도 입법례가 대립되고 있었기 때문에 신중하게 처리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조의원의 추궁이 더욱 거세졌다. 조의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두뇌들이 모여 있는 헌재에서 어떻게 그런 군색한 변명을 할 수 있느냐”고 공박했다.

조의원은 “앞으로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결정을 내려 국민의 기본권 옹호에 힘써줄 것을 촉구한다”는 당부로 말을 끝냈다.

이날 헌재 관계자들은 ‘총리서리 위헌심판 사건’ 등 정치적 사안들에 대한 여야의원의 질의에 “정치적 논리나 영향에 관계없이 소신껏 판단했다”고 자신있게 답변했다.

그러나 한 사형수의 한이 맺혔을 사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는 듯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