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혹시 ‘왕따’는 아닐까.
어려운 시대, 이것저것 심란한 일도 많은데 학교 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때문에 아이 키우기가 불안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아이들이 따돌리는 대상은 옷을 너무 잘 입는 아이, 가난하거나 신체장애가 있는 아이, 교사의 질문에 답변을 독점하는 아이, 커닝하는 아이 등 가지각색. 이러다간 아이들 학교 보내기 전에 옷은 허름한지, 용돈은 충분한지 챙기고 ‘선생님이 질문하더라도 절대로 손들지 말라’고 당부하고 등교시켜야 할 판이다.
요즘과는 차원이 다를지 몰라도 나도 학창시절 따돌림을 당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나를 따돌렸던 친구들에게는 지금도 뚜렷이 생각나는 특징이 있었다.
똑같은 학용품을 갖고 똑같은 가수를 좋아했으며 화장실도 몰려다녔다.
이들이 정작 두려워 했던 것은 ‘남과 달라보이는 것’이 아니었을까.
따돌리는 행위도 자신들의 동질성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중 하나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이처럼 유별나게 보이는 것을 두려워 하게 만든 것은 과연 무엇일까 자문하게 된다.
옆집 아이가 피아노를 잘 치면 뒤질세라 피아노를 시키고, 영어를 잘하면 죽자고 영어공부를 시키는 부모들. 과연 장애인 친구와 사귀어보라고 한번쯤 타일러 봤을까.
교복 치마가 조금만 짧아도 무슨 괴물보듯 하며 두꺼운 출석부로 머리를 내리치는 교사에게는 책임이 없을까.
자기와 뭔가 다르다고, 단지 몸이 불편하다고 친구를 따돌리는 아이들, 평범한 우리 자녀들일 뿐이다. 일탈을 죄악시하는 우리 제도가 만들어낸 획일적이고 몰개성한 교육의 결과물인 것이다.
이제 우리 아이 ‘왕따’가 아닐까, 이런 걱정 보다는 우리 아이가 남을 따돌리는 ‘가해자’는 아닌지 먼저 살펴야 하지 않을까.
정성희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