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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서 드러난 연기금 부실실태]「밑빠진 독 물붓기」

입력 | 1998-11-09 19:28:00


국정감사결과 드러난 각종 연금과 기금의 운영상황은 국민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국민의 ‘노후대책자금’이 제멋대로 운용돼 지급불능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높았고 막대한 혈세(血稅)를 쏟아부은 기금의 집행 또한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올 7월말까지 1조3백억원을 주식에 투자했으나 모두 4천억원의 손해를 봤다. 이 돈을 은행에 예치했을 경우 연이율 12% 기준으로 5천4백억원의 이자가 늘어나는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모두 9천4백억원의 손해를 입은 셈. 더욱이 공단은 퇴출금융기관에 3천5백억원을 투자해 이중 절반은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도 공단은 7백만명의 연금가입자들이 한번 이용하려면 75년을 기다려야 하는 연금공단복지타운을 짓는데 8백40억원을 투자하는 등 기금운용이 여전히 방만하다는 지적을 의원들로부터 받았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역시 주식투자 실패로 8월말 현재 4천1백억원의 투자손실이 발생했다. 또 연금적자가 올해 1조3천억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교원정년 5년단축안이 현실화돼 퇴직자가 급증할 경우 지급불능사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사립학교교원연금관리공단도 10월말 현재 주식투자에서 9백억원가량을 날려 2020년도에는 기금고갈이 예상됐다.

국방위 국감에서는 군수물자 계약과정에서 국방부측의 잘못으로 인한 국고손실이 집중 제기됐다. 의원들은 대잠(對潛)초계기 구매에서 5백60억원, 국내 방위산업체와 계약시 원가과다계상으로 2백59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정부투자기관에 대한 감사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에도 불구하고 13개 정부투자기관이 지난해부터 올 4월까지 명예퇴직자들에게 법정 명예퇴직금보다 1천2백17억원을 더 지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밖에 정부예산의 1.6배에 이르는 1백26조원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76개 기금의 방만한 경영도 도마위에 올랐다.

‘신용보증기금 돈을 못 떼어먹으면 바보’라는 말이 시중에 나돌고 있다고 지적받은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신용조사를 소홀히 해 올 9월 현재 보증업체들의 부도로 대신 갚아준 돈(대위변제)이 1조2천억원에 달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