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볼거리 연중 제공했으면▼
영국에서 지낼 때 즐거움 중 하나는 버킹엄궁 앞의 왕실 근위병 교대식을 보는 것이었다. 3년간의 런던 근무를 마치고 올 4월 서울에 돌아와 덕수궁 앞에서 벌어지는 수문장 교대의식이 무척 반가웠다. 교대식을 열릴 때면 외국인 여행자들이 몰려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모습, 그리고 어린이들이 신기한 듯 쳐다보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그런데 겨울에는 왜 교대식을 하지 않는가. 예산 문제라면 공익근무요원을 활용해서라도 수문장 교대의식을 1년 내내 할 수 있지 않을까.
박한수(朴漢洙·36·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기획조정실 대리)
▼관광객유치 성공적▼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은 조선시대 왕궁을 지키던 수문병들의 근무 교대 의식이다. 서울시는 96년 4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로 제공하기 위해 1시간반짜리 이벤트로 새롭게 연출, 중구 정동 덕수궁의 대한문 앞에서 재현해오고 있다.
이 화려한 교대식을 보기 위해 토요일의 경우에는 8백∼9백명, 일요일에는 6백∼7백명씩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중 10% 정도는 외국인 관광객들(서울시 추산)이어서 볼거리 개발 차원에서 성공작이라는 평도 듣고 있다.
그런데 이 인기있는 이벤트도 토 일요일 주말에만, 그것도 4∼11월초에만 열고 있다. 겨울에는 관람객이 많지 않은 탓. 런던의 왕실근위병 교대식은 5∼8월초에는 매일, 이후 이듬해 4월까지는 이틀에 한번(오전11시반) 열린다. 비가 오거나 국가 행사가 있을 때만 쉰다.
주부 이정미(李貞美·35·서울 강서구 화곡동)씨는 “한겨울이라도 덕수궁은 문을 열고 관광객에게 관람 시키지 않느냐”면서 “겨울에도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에 알아보니 문제는 예산이었다. 현역 근위병이 보여 주는 영국의 실제 교대식과 달리 우리의 수문장 교대의식은 ‘공연’이다. 때문에 여기에는 올 7개월만해도 2억5백만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1년내내 하려면 1억원 이상이 추가된다.
서울시 김정일(金楨一)관광전략팀장은 “서울시 비상계획과와 병무청에 공익근무요원 활용방안을 건의했지만 어렵다는 대답이었다”고 말했다. 이유는 하루 3시간 공연의 근무시간과 노동강도가 병역을 대신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 이에 대해 박한수씨는 “정부도 요즘은 관광산업을 통해 외화가득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수문장 교대의식 외에 더욱 다양한 이벤트를 개발해 여기에 공익근무요원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