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한계령에는 거짓말처럼 눈이 내렸다. 5월 결혼한 황혜영씨(33·강원 춘천시 봉의동)가 남편(박종석·31·강원대 산업디자인과 강사), 동문과 MT를 떠난 날이었다. 휴게소에서 한 남자가 “한계령을 넘으려면 꼭 체인을 가져가라”고 충고했다. 황씨는 ‘설마’하다 ‘혹시’하며 체인을 사 트렁크에 실었는데, ‘역시’ 고개 중턱쯤 되자 눈발에 앞이 안 보일 정도였고 차는 헛바퀴질. 이 때였다. 남편이 내리더니 눈보라 속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실눈을 하고 ‘척척’ 체인을 감았다.
겨울을 앞두고 ‘숙련된 조교’가 미리 설파하는 빙판 언덕길 운전요령. “기어는 2단, 핸들을 왼쪽으로 꺾고 다시 오른쪽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한계령을 넘는 데 성공한 황씨. “휴, 종석씨 아니었으면 어떻게 왔을까 몰라. 이제 종석씨가 운전좀 해 줄래요?” 남편 왈. “나 면허 없어.”
‘결혼생활은 녹색면허’〓감자국/김/김치/시금치무침/장조림/3천원.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