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건설교통위의 건설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임채정(林采正·국민회의)의원은 관급공사 입찰 현장에서 공공연히 이뤄지는 ‘답합 오태(五態)’를 폭로했다.
공개경쟁 입찰 예정가는 발주기관에서 15개의 다른 가격이 적힌 봉투를 준비하면 참가업체 대표들이 3개를 뽑아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언뜻 보기엔 예정가 누출을 원천 봉쇄한 것 같지만 담당 공무원과 업자가 짜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임의원의 설명.
이 과정에서 ①봉투형 ②다림질형 ③모래형 ④탁구공형 ⑤백지형 답합이 성행한다.
봉투형은 공무원과 업자가 미리 약속한 예정가가 나올 수 있도록 15개중 3개의 봉투 덮개를 약간 비뚤게 붙이거나 풀칠을 덜해 표시한다. 다림질형은 봉투 3개를 다림질해 매끈하게 윤이 나도록 하는 방식. 봉투안에 왕모래 한알을 넣어 구분하는 모래형은 지난해 호남의 한 입찰장에서 발각됐다.
가장 대담한 방법은 백지형. 업자가 응찰가를 백지로 내면 공무원이 이 사람을 낙찰자로 발표한 뒤 나중에 가격을 대신 써넣는다.
최근에는 봉투와 일련번호가 같은 탁구공을 골라 예정가를 결정하는 방식이 도입됐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비리 공무원이 탁구공을 살짝 긁어낸 자리에 자석을 붙이고 번호표를 붙이면 업자는 자석반지를 끼고 문제의 탁구공을 골라낸다.
95∼97년 5천7백억원대에 이르는 관급공사 5천6백여건 가운데 90%가넘는 5천1백여건의 낙찰자가 이같은 담합 입찰로 결정됐다고 임의원은 주장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