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하루 앞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도심속의 조용한 ‘섬’이었던 이곳이 4년여만에 또 다시 가장 살벌하고 격렬한 대결장으로 변해버렸다.
대웅전 앞엔 승려와 신도 1천여명이 모여 송월주(宋月珠)총무원장의 후보사퇴를 요구하는 ‘전국 승려대회’를 열었다. 같은 시간 대웅전 뒤에선 송원장 지지 승려와 신도 3백여명이 ‘종헌종법 수호대회’를 열고 있었다.
20m간격을 두고 열린 두 집회의 마이크소리 염불소리가 뒤섞이는 가운데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대부분인 ‘동원된 신도들’은 자기편집회장을 찾아가느라 우왕좌왕했다.
신도들 뒤편 굳게 철문이 내려진 총무원 청사로 향하는 길목엔 짙은 감색 양복차림에 짧은 머리를 한 건장한 젊은이 1백여명이 싸늘한 눈빛으로 집회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은 승려대회후 송원장 반대파들이 총무원 청사 무력점거를 시도할 것이라는 정보에 따라 송원장측이 동원한 용역업체 직원들.
94년 3월 서의현(徐義玄)당시 총무원장이 조계사 경내에 용역업체 직원과 조직폭력배들을 동원해 자신에게 반대하는 개혁파 승려들을 폭행했다가 원장직에서 쫓겨난 지 4년반만에 또다시 조계사 경내에 용역업체 직원들이 등장한 것이다.
송원장측은 “이 용역업체는 폭력을 예방하는 최소한의 대응만 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결국 신도들이 몰려오자 이들 건장한 직원들은 격렬한 몸싸움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스스로 송원장 지지파라고 밝힌 한 승려는 “서원장 체제를 무너뜨리고 출범한 ‘개혁종단’의 송원장이 결국 용역업체 직원에게 의존하게 된 현실이 참으로 서글프다”고 한숨지었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