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기머리를 휘날리며 폭발적인 힘으로 그라운드를 휘젓던 ‘야생마’.
3회연속 월드컵에 출전하며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
화려한 수식어만큼이나 힘차고 현란한 플레이로 팬의 뇌리에 박혀있는 김주성(32·부산 대우).
그는 정말 마지막이 될 지 모를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축구친선경기.
85년 19세때 국가대표팀 2군으로 선발된 이후 14년만에, 96아시아선수권대회 이후 2년만에 다시 단 태극마크의 의미를 이번 경기에서 마지막으로 되새기고 싶은 소망이 가득하다.
등번호도 대표선수 초기부터 달았던 ‘16번’을 되찾은 그의 감회는 남다르다.
그는 86월드컵부터 3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했고 89년부터 3년연속 아시아축구연맹(AFC) 선정 최우수선수(MVP)에 오른데 이어 지난해 국내프로축구에서는 대우의 3관왕 신화를 주도하며 MVP에 오르는 등 축구선수로서 여한이 없을 정도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올초 98프랑스월드컵대표 선발에서 제외되면서 이제는 더이상 태극마크와 인연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은 컸다.
그러나 모를게 세상사라든가. 비록 친선경기이긴 하지만 대표팀에 다시 발탁되는 영광을 안은 것.
그는 그동안 투지와 스피드는 다소 떨어졌지만 ‘물이 흘러가듯’ 매끄럽고 침착한 플레이는 ‘경지’에 올랐다는 새로운 평가를 받고 있다.
평소 몸관리에 철저했고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다시 게임메이커로 주어진 포지션에 놀랍도록 잘 적응해온 그였기에 가능했던 것.
최근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이 선정한 ‘20세기 아시아 베스트 선수’리스트에 차범근 전 대표팀감독에 이어 2위에 오른 그는 더이상 큰 욕심이 없다.
이번 경기에서 게임메이커로 나설 그는 “개인 욕심을 버리고 팀의 조직력을 살리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운이 좋으면 골도 넣는 등 국가대표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