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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秘話 문민정부84]재경원 사무관 「외환일지」

입력 | 1998-11-12 19:15:00


올해초 감사원의 재정경제원 감사과정에서 발견된 재경원 A사무관의 ‘외환일지’는 강경식부총리가 집착했던 금융개혁법 문제와 관련한 젊은 공무원의 번민이 담겨있다.

일지는 97년 11월17일에 ‘진실이 숨겨진 곳에서는 대처도 불가능하다…오늘부터 쓰는 일지는 오직 사실만을 적고자 한다’며 시작된다.

‘17일 정책당국자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가중. 신인도 크게 저하.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생각. 국민에 대한 미안함에 고개가 숙여진다. (환율변동)한도까지 상승. 18일 한도까지 상승. 19일 사흘째 외환시장중단. 20일 한도확대. 다시 한도까지 상승.’

17일 환율이 한도까지 오른 이유에 대해 일지는 ‘외부에 설명〓언론이 IMF지원설을 보도하고 금융기관의 차입여건이 악화되면서 달러수요 급증, 진짜 이유〓금융개혁법과 관련하여 외환시장 불안을 가중시켜 정치권을 압박하려는 부총리…’라고 쓰고 있다.

일지는 이와 관련해 ‘17일 오전 강부총리가 금융개혁법안을 염두에 두고 시장개입중단을 지시. 직원들 거부. 오후들어 (재차 지시해) 개입중단’이라고 쓰고 있다. 이날은 금융개혁법을 처리할 국회 재경위원회의 회기가 끝나기 하루전날. 강부총리는 16일에도 “금융개혁법안 통과가 무산되면 대외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발언,‘국민을 협박하는거냐’는 질타를 받았다.

이창용(李昌鏞)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개혁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는 법개정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유동성위기 해결에 총력을 기울여야 했다”고 지적했다.

일지는 이렇게 끝맺었다.

‘태국 등이 헤지펀드 등 외부의 투기적 공격에 의해 무너졌다면 우리는 내부모순에 의해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