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한 1억원쯤, 아니 몇백만원이라도 공짜로 안생기나….
세상이 살기 힘들수록 ‘횡재’를 바라는 사람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불황때면 복권이 크게 유행하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우리사회도 예외는 아닌지,요즘 유통업체들은 이같은 심리를 겨냥한 고액 경품경쟁이 한창이다.
과거엔 상상도 못했던 아파트나 자동차, 수천만원의 현금이 경품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가전제품 식기세트 따위의 경품은 눈에도 들지 않는다.
그래서 유통업체 주변에는 고객들로 북새통이다. 주부들 사이에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경품행사장을 순례하는 ‘경품족’까지 생겨났다.
경품행사는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게 유통업체들의 설명. 거액이 들어가는 극약처방을 써서라도 기필코 고객의 주머니를 열겠다는 의도다.
소비위축이 극심하다보니 사행심 조장을 우려하는 반대주장도 별로 없다.
하지만 불황의 골이 워낙 깊어서인지 경품유혹조차 소비심리를 촉발하지 못하고 있다. 업체들은 경품행사에 엄청난 고객이 몰렸지만 매출엔 별도움이 안됐다며 울상을 짓는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경품을 타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공짜를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고액 경품행사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은 상품의 가격인상 등 갖가지 방법을 통해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간다. 아무리 유통업체들이 공짜상품으로 꼬여도 세상에 완전한 공짜는 없다는 것을 소비자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거액 경품이 쏟아지면 가격에 대한 불신감이 커져 오히려 구매의욕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진정으로 소비심리를 살리고자 한다면 사행심을 조장하는 거액 경품경쟁보다는 차라리 그만큼 값을 깎아주는 합리적인 가격정책이 좀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이영이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