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거품을 만들며 거품이 푸하하, 웃는다고 손뼉치는 어린이, 흔들리는 억새꽃을 보고 “구름이 잠깐 소풍 왔다”고 웃는 어린이, 딱지치기에 정신이 팔려 ‘밥때’를 까맣게 잊어버리는 어린이….
바로 그런 어린이의 마음으로 써내려간 이성자씨의 동시집 ‘너도 알거야’(창작과비평사).
이씨는 초등학교 때 다섯 번이나 학교를 옮겨 다녔다. 그는 헤어진 동무들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오동잎을 따서 몽당연필심에다 침을 발라 가며 편지를 썼다. 그리고는 맨땅에다 길게 기차를 그려 그 위에 ‘오동잎 편지’를 올려놓곤 했다고 한다.
동시에는 이런 어린아이적 마음이 고스란히 스며있다. 버려진 화분 하나에서부터 주변의 작은 생명에 이르기까지, 하찮게 여기기 쉬운 대상 하나하나에 따스한 입김을 불어넣는다. 표제작 ‘너도 알거야’.
“왜 한 구멍에 콩을 세 알씩 심어요?”/흙을 다독거리는 할머니께 물었다/“한 알은 날짐승 주고/또 한 알은 들짐승 먹이고/남은 한 알은 너 주려고 그런단다.”
할머니는/콩밭 군데군데 수수도 심으셨지/“수수는 왜 심어요?”/할머니는 빙그레 웃기만 하셨다
참새는/콩밭을 한 바퀴 돌고는/―콩은 너무 커/콩밭을 두 바퀴 돌고 나서는/―수수 알갱이는 먹기 좋은데
가을이 되어서야 알았지/주둥이가 작은 참새까지도 생각하신/할머니의 마음….
그의 시는 한 편의 동화다. 동화시다. 그 동화시는 깨끗한 자연이나 순수한 마음, 소중한 가족애 등 우리가 잃어버린 세계를 서정적으로 되살려 놓는다.
모두가 떠나가버린 시골집의 쓸쓸한 정경을 그린 ‘철이네 시골집’. 세상은 동심이 머물 자리마저 비워버렸지만 그의 시는 슬픔마저도 아침이슬처럼 맑고 투명하게 담아낸다.
철이네 시골집/돈 한 푼 받지 않고/바람 속에 내놓았다
쬐그만 집에서 살던 새앙쥐가/이렇게 큰 집에서 살게 되었으니/얼마나 좋을까
골방은 거미에게 그냥 내주고/부엌방은 바람에게 주었다
바람이 얼마나 들락거렸는지/얼마나 거미가 오르내렸는지
철이네 집은/거미줄 집이 되었다/바람 집이 되었다….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