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를 방문 중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역내 국가의 동시적인 내수진작과 경기부양을 통해 아시아 경제위기를 극복하자고 제의했다.
김대통령은 16일 모하메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총리,제니 시플리 뉴질랜드총리,고촉동(吳作棟)싱가포르총리 등 3개국 정상과 연쇄회담을 갖고 아시아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공동대처 방안 및 교역투자 확대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제의했다.
김대통령은 이를 위해 역내 경제강국인 미국 중국 일본 등이 개도국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동시에 개도국은 시장개발을 촉진하는 경제회복 정책을 추진,단기간에 경기부양을 도모하는 ‘동시적 아시아경제회복 프로그램’을 18일 APEC정상회담 공동선언에 명기하는 방안을 제안할 방침이다.
김대통령은 이번 제안에서 △재정확대 △금리인하 △금융지원 등을 내수진작을 위한 3대 과재로 설정하고 선진국은 금융지원,개도국은 시장개방 등 각각의 책임에 대한 실천의지를 밝히도록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과 마하티르총리는 16일 정상회담에서 단기성투기자본에 대한 정보교환,단기자본 이동으로 피해를 당한 국가들에 대한 긴급구제 등을 담담할 국제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APEC의 역내 국가들이 적극적인 개방정책과 성장정책을 통해 금융위기를 벗어나야 한다”며 “아시아 위기에 대한 선진국의 실질적 기여 확보 및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 도출에 실패할 경우 APEC의 효용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촉동총리와의 회담에서 김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롱섬 프로젝트에 현대 삼성이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김대통령은 이날 오후 APEC 최고경영자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아시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 APEC차원의 새로운 도전이 절실히 요청된다”며 “금융분야 협력을 APEC이 추진할 또 하나의 중점사업으로 채택,다양하고 실용적인 협력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아시아국가들에게는 역내 금융시장의 안정화야말로 그 어느 사안보다 절실한 문제이며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재개할 수 있는 기본바탕”이라며 “미 중 일 등 경제강국들은 신흥시장국가들에 적극적인 공헌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대통령은 개도국 그룹에 대해서도 스스로 대외개방을 확대하는 것만이 경제발전의 성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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