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73년 1차 석유파동을 겪으며 정리해고제를 도입해 우선 각 기업의 도산을 막는데는 성공했다. 정리해고로 유럽의 실업률은 당시 평균 2.6%에서 78년 5.6%로 껑충 뛰었다. 그사이 유럽경제는 78년 3.1%, 85년 2.5%, 90년 2.9%, 97년 2.7%로 성장했다.
그런데 지속적인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실업률은 78년 5.1%에서 85년 10%, 97년 10.7%로 증가해 갔다. 왜 그랬을까. 경제학자들은 유럽이 미국처럼 벤처기업 창출에 의한 신규고용 창출보다는 경직된 노동시장보호 등 고전적 방법을 쓴데 원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여기서 우리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 실패의 교훈’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하루아침에 벤처기업을 창출할 수도 없고 달리 대량 고용창출을 기대할 방도가 없다면 해외 기술노동시장을 파고드는 대안을 적극 추진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 주변 4강 사이에 끼여있다. 이는 우리가 개척하기에 따라 이들 광활한 기술노동 시장을 파고들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또한 한국은 그동안 경제력과 외교력에 힘입어 중진국 후진국 등의 제삼세계권에서 여전히 높은 성가를 누리고 있다. 따라서 우리 기술인력의 제삼세계 진출은 별 어려움없이 환영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얼마전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UNESCO) 세계고등교육회의에 미국은 정부관리와 각 대학 총장 등을 포함해 45명의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했다. 미국의 대학총장들은 마치 우리 기업인들이 국제 산업엑스포에 참여해 외국 바이어들과 상담에 열중하듯 막후에서 외국의 대학책임자들을 만나는데 바빴다. 호주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호주 모나시대학총장은 항공 엔지니어링 분야로 유명한 자기 대학의 분교를 이미 말레이시아에 설립하고 서울에도 이 분야의 분교 설립을 위해 국내 모 재단과 협의중이라며 중후진국 대학의 교육책임자들을 상대로 자기 학교의 노하우 ‘세일즈’에 열심이었다.
필자가 연전에 업무로 방문한 바 있는 미국 하버드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대학 내에 중국 일본 한국학 연구소 등이 있는데도 또다시 아시아문제연구소 개설을 구상하면서 자기들은 교수들을 제공하고 한국같은 나라에서 설립기금을 제공해 달라는 것이었다. 하버드란 명성을 이용해 자신들의 고급 인력을 위한 고용창출을 그런 식으로 해결하려 했다.
선진국은 지금 교육분야도 상업적 발상에서 접근하고 있다. 구미지역 대학들은 총장으로 과거의 덕망있는 학자에서 기업가형 학자 또는 행정가를 국적을 가리지 않고 스카우트하고 있다.
이같은 국제적 추세에서 우리 대학도 국제시장 진출을 목표로 변화해야 한다. 고등교육을 받은 인력들이 ‘기술 하나, 외국어 하나’는 반드시 마스터하여 세계 어디를 가도 정착할 수 있어야 한다.
21세기 한국 청소년들의 활동무대를 국제적으로 넓혀주는 것, 바로 그것도 예상되는 실업사태를 줄이고 중장기적으로 우리 국력을 신장하는데 기여하는 길이 될 것으로 믿는다.
양동칠(주유네스코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