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부모의 과잉보호 아래 자란 탓인지 이웃을 배려하는 자세가 크게 모자란다. 학교에서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함부로 하거나 단체생활에 필요한 기본 예절조차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이 정도는 교사가 학생을 나무랄 때 겪는 당혹스러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훈계에 정면으로 대들거나 회초리라도 들려고 하면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학생까지 있다는 교사들의 하소연이다.
▼교사들은 학생지도가 갈수록 힘들게 느껴진다고 털어 놓는다. 교사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낀다고도 한다. 말을 안듣는 아이들을 휘어잡아 가르치기란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교육당국은 학생 체벌을 전면금지하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을 다루는 효과적인 수단 하나를 빼앗긴 셈이다. 이를 눈치챈 학생들로 인해 이미 수업분위기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교사들은 불만을 토로하기에 앞서 자신의 지도방식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구태의연한 체벌에 의존하지 않았는지,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업방식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그렇다고 현실을 무시한 체벌금지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을 바르게 이끌기 위한 ‘사랑의 매’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학생다루기’와 관련해 또 한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여교사들의 경우다. 초등학교는 물론 중학교도 여교사가 전체의 51.7%를 차지해 96년 이후 남녀비율이 역전된 상태다. 이들에게 체벌권을 주지 않으면 덩치 큰 남학생들을 통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과잉체벌은 근절되어야 하지만 적절한 체벌은 학부모의 양해를 얻는 선에서 허용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