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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꼴불견 휴대전화 문화

입력 | 1998-11-16 19:13:00


휴대전화 가입자가 1천3백만명을 넘어섰다. 84년 이동전화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가정마다 1대 이상의 휴대전화가 보급된 셈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일상적으로 휴대전화가 등장하고 특히 젊은층에는 생활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처음 아날로그방식 때는 통화의 질이 좋지 않고 불통되는 경우가 많아 사용자들의 불평을 사기도 했으나 디지털방식으로 바뀌면서 그같은 불만이 많이 사라졌다. 크기도 처음에는 휴대전화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였으나 최근 세계 최경량인 62g짜리까지 개발할 만큼 이 분야의 국내 기술은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눈부신’ 기술발전과 달리 무분별한 휴대전화 사용은 이미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숙해야 할 공연장이나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울려대는 경우가 많아 ‘휴대전화 공해’라는 신조어가 낯설지 않다. 자동차 운전중 사용이나 비행기 병원내에서의 사용은 전자기기의 오작동 등을 일으켜 대형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큰데도 사용자들은 ‘오불관언’이다. 나 하나 잠깐 사용하는데 큰 일 나겠느냐는 대충주의 이기주의가 빚어낸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고질 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

무분별한 휴대전화 사용을 적당히 방관하기에는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사용자가 1천3백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일반화됐다면 그에 걸맞은 사용예절과 문화가 정립돼야 한다. 예의를 지키지 못하는 사용자는 경범죄로라도 단속할 필요가 있다. 특히 비행기나 병원, 자동차운전중의 사용에는 강력한 처벌규정을 두도록 해야 한다. 정보통신부는 관련법을 고쳐서라도 휴대전화사용 금지장소를 규정하고 위반시 처벌하는 규제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 휴대전화 사용문화가 엉망이 된 데는 사용자들의 무분별함에도 원인이 있지만 이동전화 사업자들의 ‘가입자 늘리기’ 지상주의에도 큰 원인이 있다. 수백억원의 광고비를 쏟아 부으며 편리한 점을 부각시켜 가입자 확보에만 골몰했을 뿐 통신예절을 알리는 노력은 소홀히 했다. 최근 들어 일부 사업자들이 통신예절지키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나 뒷북을 치는 격이다.이대로는 안된다는 규제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20세기가 ‘산업화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정보화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게 문명사가들의 전망이다. 컴퓨터와 함께 정보화의 또 하나의 상징인 휴대전화는 문명의 이기(利器)로 다음 세기에도 우리 생활의 필수품이 될 게 틀림없다. 휴대전화 사용자들은 무분별한 사용을 자제하고 예절을 지켜 강력한 규제를 자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휴대전화 하나 예절 바르게 사용하지 못하고 문화를 말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