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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1년/印尼-태국을 가다]

입력 | 1998-11-16 19:20:00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 들어간지 1년째인 인도네시아와 태국. 두나라는 지금 모습이나 사회분위기가 너무도 다르다. 인도네시아가 아직도 정치 사회 경제적 혼란을 겪고있는 반면 태국은 상당히 밝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수도 자카르타는 어수선하다. 정치개혁을 위한 국민협의회(MPR) 특별회의는 13일 끝났지만 하비비대통령의 사임과 과도정부 수립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는 5월폭동의 유혈양상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IMF체제 1년, 그리고 5월 폭동이 도심을 휩쓴지 6개월이 지났지만 자카르타는 여전히 불안하고 황량한 모습이었다.

아직까지 시내 곳곳에는 5월폭동 당시 습격을 당했던 백화점 슈퍼마켓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인도네시아인의 피폐한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풍경은 이른바 ‘자키’로 불리는 걸인들의 대거 출현. 자키는 승마기수라는 뜻으로 승용차에 동승해주고 돈을 받는 일종의 편승구걸이다.

평일 오전 승용차가 도심에 들어가려면 탑승자가 3인이상 돼야 하는데 3인이 안될 때는 1만루피아에 동승자를 구해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게 일상화하면서 자키들이 생겨난 것. 5월폭동 이전까지만 해도 어린이가 자키로 나섰지만 요즘에는 20대 청년들까지 가세했고 숫자도 크게 늘어나 대로변 2차선까지 몰려나와 아우성이다.

거지들도 늘었다. 과거 불구자들이나 하던 일이었지만 요즘에는 기타나 탬버린을 들고나온 어린이들이 대로를 횡단하며 불쑥 손을 내민다.

치안문제도 심각하다.

오후 9시만 되면 도심에는 인적이 끊긴다. 5월폭동 이후 극빈층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강도 절도 등 치안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 것.

최근 한국의 교민 한 사람이 밤에 택시를 탔다가 일주일후 난자당한 시체로 발견된 사건이 일어나 교민들도 안전문제에 비상이 걸렸다. 교민들은 특히 5월폭동때 집중 습격을 받았던 화교로 오인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차량에 태극기나 2002년 월드컵 로고를 달고 다닌다.

▼태국〓인도네시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지난해 7월 아시아 환란(換亂)을 촉발했던 태국이지만 ‘재도약’을 위한 활기찬 분위기가 IMF의 그림자를 지워가고 있는 듯했다.

이는 태국의 관문(關門)인 방콕의 돈 무앙 공항에서부터 느껴진다.

올초부터 정부가 벌이고 있는 ‘어메이징 타일랜드(놀라운 태국)’ 관광캠페인 홍보간판이 이같은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방콕의 수상시장 에메랄드사원 등 관광지에는 어딜 가나 외국인들이 북적댔다.

IMF의 상흔이라면 철골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건물들, 그리고 곳곳에 걸린 전세와 매매간판들이다.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일시에 빠지면서 ‘바이어Ⅱ’라는 1백20층짜리 건물을 비롯해 세 건물중 하나꼴로 건설이 중단됐고 아파트도 30%정도가 비어있다.

태국은 추안 릭파이 연합정권의 리더십 아래 IMF정책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라마 9세 국왕이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있으며 매사를 팔자탓으로 돌리는 낙천적 인생관도 사회통합에 큰 힘이 되고 있다.

‘IMF모범생’이라는 외부의 평가도 결국 이런 정치 사회적인 안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층민은 직장을 잃어도 세계 2위의 쌀 수출국답게 시골농장이 이들을 흡수,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된다.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