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총재회담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사정대상인 같은 당 김윤환(金潤煥)의원의 선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의 측근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사정대상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고위관계자는 16일 여야총재회담에서 김대통령과 이총재간에 오간 정치인 사정과 관련한 미공개 대화내용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이총재〓정치인 사정이 편파 보복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왜 내 측근들만 잡아넣습니까.
▼김대통령〓나는 이총재의 측근이 누구인지도 모릅니다. 수사는 검찰에 맡기고 있으며 우리 당에 있는 사람도 잡아넣고 있습니다.(편파보복 사정이라고 하지만)나에게 빨갱이라고 얘기한 사람도 잡아넣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이총재〓김윤환의원이 걱정됩니다.
▼김대통령〓…(아무 반응 없이 묵묵히 듣기만 했다).
▼김대통령〓(판문점 총격요청 사건과 관련)한성기 등 비선조직으로부터 여러차례 보고받고 차를 같이 타고 다녔으니 정치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총재〓선거에 도움을 준다면 누구든 못만나겠습니까. 그러나 중요한 보고를 받지 못했습니다. 나와 관련이 없으니 사과를 할 수 없습니다.
이와 관련,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은 이날 총재단회의에서 “이총재가 총재회담에서 사정문제와 관련해 한 의원에 대해서만 유난히 부탁성 얘기를 길게 했으며 이에 김대통령은 듣기만 했다는 청와대측의 설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과 이총재간의 대화내용을 볼때 총재회담에서 정치인 사정과 관련한 이면합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이총재와 여권도 총재회담후 이 점을 강조해왔다.
다만 총재회담 성사를 위한 여야협상과정에서 사정대상 정치인들에 대해 가급적 불구속 수사 등으로 선처하도록 노력한다는데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야간의 이런 합의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검찰수사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어떤 정치인이라도 검찰에 의해 구속이 불가피한 범죄혐의가 밝혀지면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냐”며 “김대통령이 김의원문제에 대해 침묵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