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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이훈/『협조도 않고 수사 끝내라니…』

입력 | 1998-11-20 18:59:00


서울 남대문경찰서 형사과 K형사는 9월29일 이후 두달이 가까워오도록 아내와 아이들 얼굴 본 것이 단 두차례에 불과하다. 9월29일 한나라당이 서울역에서 개최한 ‘야당탄압 규탄대회’방해 사건이 일어난 뒤 남대문서 형사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서울역 용산역 종묘공원 등 노숙자가 있을 만한 곳은 어디든 훑고 다녔다.

한나라당이 제출한 사진과 비디오 녹화 필름, 자체 채증 사진등을 근거로 대회장에서 폭력을 휘두르며 대회를 방해한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그동안 잡아들인 사람은 27명. 대부분이 노숙자 페인트공 환경미화원 잡지판매원 등 우발적으로 폭력을 휘두른 사람이었고 심지어 지난 15대 총선 때 한나라당 정책위원을 했던 사람도 끼여 있었다.

그러나 서장은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려나가 서너시간 동안 편파 수사를 주장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시달려야 했고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국정감사에도 불려나가 진땀을 흘렸다.

형사들은 저마다 손에 사진을 쥐고 노숙자들을 찾아 헤매느라 다른 수사는커녕 기본 업무마저 손을 놓은지 오래다.

이제 한나라당이 정치폭력배로 지목한 6명 중 남은 사람은 2명. 페인트공인 김영수씨(35)와 40대 가량의 남자 한명만 잡으면 더이상 용의자는 없다. 그러나 K형사는 이들을 잡아들인 후에도 지루한 특별수사반 생활이 끝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폭행을 당했다는 한나라당 당직자 5명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냈지만 한 명만 나왔어요. 나머지는 전화를 걸어와 그만 수사를 끝내달라더군요. 누구는 끝내고 싶지 않나요? 최소한의 협조도 하지 않고 아무리 수사를 해도 믿지 않고 그냥 우기기만 하면 그만인가요?”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