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형 감청장비를 새로 구입하려던 검찰의 계획이 국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검찰은 감청장비 7대를 구입하기 위해 5억2천여만원을 법무부의 내년도 세출예산에 올려놓았으나 20일 국회 법사위에서 다른 과학수사장비를 구입하는 것으로 수정의결됐다.
이날 오전 법사위 예산심의소위에서 의원들은 여야 구분없이 “사회전반에 ‘도청공포증’이 퍼져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감청장비를 새로 구입하려는 것은 곤란하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문제삼은 감청장비는 ‘디지털휴대전화 감청기’였다.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디지털휴대전화간의 통화내용을 감청할 수 있는 이 장비는 전화국의 협조가 없어도 감청이 가능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법원의 허가없이 불법감청을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회의 조찬형 자민련 정상천(鄭相千)의원 등 여당의원들도 “불법감청의 가능성이 있는 이 장비를 준사법기관인 검찰이 굳이 앞장서서 구입할 필요가 있느냐”며 가세했다.
의원들은 “감청장비 구입을 위해 책정한 예산을 한푼도 깎지 않을테니 그 대신 다른 용도로 사용하라”며 법무부측에 제의했고 법무부 역시 여야가 모두 감청장비 구입을 반대하고 나서자 할 수 없이 타협안을 받아들였다. 결국 검찰이 새로 구입하고자 했던 감청장비 7대중 컴퓨터해킹 추적용도인 데이터통신감청기 1대만 원안대로 살아남았다.
나머지 감청장비의 예산은 △도주차량검거장비 7대 △마약류 자동프로파일링 시스템 1세트 △폐쇄회로TV화면 컴퓨터분석시스템 1대 등 다른 과학수사장비를 구입하는데 쓰기로 결정됐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