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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통화정책도 「제3의길」』…22일 성명채택 예정

입력 | 1998-11-21 08:57:00


유럽연합(EU) 11개국 재무장관들은 내년부터 공식출범하는 유럽단일통화(유러)의 운용원칙으로 ‘제3의 길 통화정책’에 합의할 전망이다.

제3의 통화정책이란 ‘경우에 따라서는 인플레를 감수하고라도 경기를 부양하는 통화정책을 펴겠다’는 뜻이다.

‘물가안정’만을 추구하는 기존의 통화정책을 고수할 경우 실업과 불황이 감당할 수 없을만큼 심화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짜낸 생각이다.

EU관계자들은 19일 재무장관들이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이같은 내용의 통화정책을 담은 성명을 정식채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명 제목은 ‘새로운 유럽의 길:유럽통화연맹(EMU)의 기본틀과 경제개혁’.

성명은 우선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해 “인플레 대처와 더불어 고용증진과 성장을 우선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러출범을 약속한 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에서 ECB의 역할을 ‘물가안정 달성’으로 국한한 것과 대조적이다.

성명은 이와 함께 ‘ECB 정책결정과정의 투명성과 유럽의회의 ECB에 대한 정책심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비록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직접적으로 문제삼지는 않았으나 경우에 따라 ECB의 권한을 일부 축소하겠다는 의미다.

성명은 또 통화정책과 임금정책간의 원활한 조정을 위해 노조와 대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것도 ECB에 요구하고 있다.

ECB의 역할과 기능도 사회안정적 측면을 위해 수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간접촉구하는 셈이다.

중앙은행의 역할이 이렇게 바뀐 것은 사회민주당 계열의 좌파가 대거 집권중인 EU의 정치판도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앤서니 기든스 영국 런던경제대학장이 주창한 ‘제3의 길’이란 시장 제일주의와 경쟁위주의 경제에 국가가 개입해 ‘삶의 질’을 보장하는 사회를 지향하자는 것.

성명 초안이 성장과 고용을 중시한 것도 바로 이같은 철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모두가 마스트리히트조약의 근본이 됐던 독일 보수파 정권이 무너짐에 따라 나타난 현상으로 EU전체가 직면하고 있는 고실업을 어떻게든 해소하고자 하는 정책적 노력이다.

〈허승호기자·브뤼셀·도쿄AFP연합〉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