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大中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21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지하 핵의혹 시설 및 미사일 개발 억지문제, 대북 포용정책, 제네바 핵합의 유지, 경제협력 방안, 지역 및 범세계적 문제 등을 집중 협의하고,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주요 의제별 합의내용은 다음과 같다.
▼ 북한 지하시설 의혹 ▼
두 나라 정상은 북한 금창리 지하시설에 대해 핵연관성 의혹을 제기할 상당하고 강력한 증거를 갖고 있으나, 핵시설로 단정할 확정적인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이에 따라 두 정상은 금창리 지하시설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북한이한미 양국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현장접근 조사를 수용하는데 협조해야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金대통령은 특히 북한 지하시설에 대한 현장접근 조사를 실시해 핵개발 연관성이 확인되면 중단시키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이한미의 요구에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 불행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북한이 지하시설에 대한 현장접근 조사를 거부할 경우, 제네바 핵합의에 악영향을 가져오고 대북 중유공급 등이 중단될 것임을 시사하는 경고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대북 포용정책 ▼
두 정상은 지금까지 추진해 온 대북 포용정책이 현실적으로 최선의 정책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앞으로도 이를 일관성있게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최근 미의회가 북한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임에 따라 일시적인 대북정책의 전환이 있을 것이라는 일부의 관측을 일소하고, 포용정책의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확인한 셈이다.
특히 클린턴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金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지지한다』고 여러차례 강조, 미의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두 정상은 그러나 포용정책은 튼튼한 한미 동맹관계 및 방위체제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 개발은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와 관련, 『金대통령의 대북정책은 현명한 정책』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북한이 우리로 하여금 정책변화를 하도록 행동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두 정상은 앞으로 북한의 제반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대화와 교섭과정에서 한-미-일 등 관계국들이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 제네바 핵합의 ▼
양국 정상은 제네바 합의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나아가 범세계적인 핵비확산 노력에 기여했음을 평가하고, 이같은 합의의 틀을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최근 북한의 지하시설 핵개발의혹과 관련해 미의회는 물론 행정부도 간헐적으로 북한이 현장 접근 조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제네바 합의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해 온 점을 감안할 때 일단 제네바 합의는 계속 유지될 것임을 양국 정상이 확인한 셈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사업에 일본이 상당한 자금을 지원키로 한 것도 제네바 합의를 유지할 것임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 경제협력 분야 ▼
金대통령은 한국이 추진해 온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 등 경제개혁조치를 설명했고, 클린턴 대통령은 한국의 경제위기 타개노력을 지지, 지원한다고 언명함으로써 경제협력 분야에서도 상호협력 의지를 공고히 했다.
두 정상은 윌리엄 데일리 상무장관을 단장으로 한 무역투자 사절단을 내년 한국에 파견하고, 양국 투자협정을 조기 체결키로 하는 등 지난 6월 워싱턴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를 매듭지었다.
이들은 특히 최근 양국간의 통상마찰 조짐과 관련, 한미 자동차 협상의 원만한 해결을 예로 들며 상호 호혜적인 방향으로 해결되도록 노력키로 하는 선에서 의견 일치를 보았다.
클린턴 대통령은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철강, 반도체 업계에 대한 한국정부의 불공정한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金대통령에게 부탁했다고 상기시켜 통상마찰의 가능성을 여전히 남겨뒀다.
클린턴 대통령은 또 金대통령이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서 보여준 지도력을 치하하며, 한국이 수입보호벽 제거에 선도적 역할을 해 줄 것을 주문했다.
두 정상은 전자상거래 및 컴퓨터의 서기 200년 표기인식문제(Y2K)와 관련해 상호 공동 노력키로 합의하고, 전문가 회의를 개최하는 등 구체적인 실천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 민주주의 포럼 창설 ▼
두 정상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병행발전이라는 양국 공통의 가치를 아시아 지역에 확산시키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역내 젊은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민주주의포럼」을 창설키로 합의했다.
이 기구는 한국의 세종연구소와 미국의 민주주의재단이 세부 내용을 협의, 창설작업을 주도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이같은 기구의 창설을 통해 두 나라 관계를 한 차원높은 동반자관계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金대통령을 「민주주의의 챔피언」이라고 두어차례지칭, 아시아 지역에서 민주주의 전파에 힘써달라는 희망을 간접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