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빌 클린턴미국대통령은 21일 북한의 지하시설의혹과 관련해 아직 핵시설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지만 상당한 의혹이 있다며 북한에 대해 충분한 현장접근과 의혹 규명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추진해 온 대북 포용정책이 현실적으로 최선의 정책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앞으로도 이를 일관성있게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한미(韓美)정상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하고 북한이 제네바합의에 따른 핵비확산의무를 준수하고 이를 확인하는데 협조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키로 했다.
단독 및 확대회담으로 나눠 진행된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은 북한이 핵무기나 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의 확산을 기도한다면 용납할 수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한미 양국이 긴밀히 공조키로 했다.
클린턴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이같은 요구에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 불행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정책을 변경하지 않을 수 없도록 북한이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특히 한반도문제 해결에 있어 당사자인 남북한의 역할이 중요함을 재확인하고 남북한간 대화의 진전을 위해 주변국가들이 협조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경제문제와 관련해 클린턴대통령은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한국의 노력을 계속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김대통령은 투자증대의 긴요함을 설명했다.
클린턴대통령은 내년 중 데일리 상무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무역투자사절단을 한국에 파견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정상은 한미투자협정이 조속히 체결될 수 있도록 협조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클린턴대통령은 한국의 부진한 재벌구조조정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통상문제와 관련해 한미간 자동차 협상이 원만히 타결된 것과 같이 모든 문제를 호혜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아시아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함께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기위해 한국의 세종연구소와 미국의 민주주의재단 주도 하에 아시아지역젊은정치인들이참여하는 ‘민주주의포럼’설립을추진키로 했다.
클린턴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복궁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장하성(張夏成)고려대교수 등 6명과 원탁회의를 갖고 한국 여론주도층의 의견을 수렴했으며 저녁에는 김대통령 주최 청와대 만찬에 참석했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