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호 수질개선을 위한 정부의 특별종합대책에는 이달 초 정부가 한강상류 주민대표 등과 합의한 사항들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그럼에도 한강상류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한강하류 주민들과 환경단체들도 정부대책이 당초 환경부가 마련한 안에서 크게 후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종합대책이 어떻게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걱정이다.
정부대책의 가장 큰 특징은 한강 상류주민과 하류주민이 공영(共榮)정신에 입각해 고통과 비용을 분담하도록 한 데 있다. 즉 하류 주민들에게 ‘물이용 부담금’을 징수해 여러가지 규제를 받고 있는 상류지역 주민을 지원하는 제도의 도입이다. 이에 따라 서울 수도권 주민들은 수도요금과는 별도로 t당 50∼1백원씩의 물이용 부담금을 매달 물게 됐다. 연간 4천억원이 넘는 적지 않은 돈이다. 따라서 상류 주민들은 설령 정부대책에 다소 불만이 있어도 서울 수도권주민들이 무는 추가부담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지역이기주의로 맞설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번 정부대책이 당초 환경부가 마련한 안에서 크게 후퇴한 내용이라는 데 있다. 핵심 대책의 하나인 수변(水邊)구역 설정과정에 현지 주민대표를 참여시키고 광역자치단체장과 협의하도록 한 것, 오염총량제를 ‘원하는’ 지자체에 한해 시행키로 한 것 등이 대표적인 후퇴 사례다. 상류 주민들의 반대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절충이 불가피했다고 하나 이런 절충안으로 ‘2005년 팔당호수질 1급수 달성’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환경부측은 핵심대책에서 일부 후퇴했으나 시행과정에서 다른 부수적인 보완책 등으로 당초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원래 환경부가 내놓은 종합대책안은 지난 1년간 한강수계 내의 오염원을 배수구역별로 정밀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수질예측 모델링’을 실시해 만든 것이다. 그러나 ‘2005년 1급수 달성’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위한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하는 식으로 빡빡하게 대책을 짜놓고 있어서 그 대책들 중 어느 하나라도 계획대로 실행되지 못할 경우 목표달성은 어렵게 돼 있다. 그런데 그 대책안이 후퇴한 것이다.
어쨌든 이제 팔당호수질개선을 위한 대장정은 시작됐다. 이번이 팔당호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한강 상류나 하류 주민 모두 공영정신에 입각해 서로 양보하고 협조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물이용 부담금 징수가 팔당호수질개선을 전제로 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2005년에는 팔당호수질을 1급수로 바꿔놓는다는 약속은 지켜야 한다. 그 책임은 궁극적으로 정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