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신호등이 체증을 부채질하고 있다. 첨단 전자연동신호기가 고장나거나 일반신호기가 엇갈려 설치돼 있어 오히려 교통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것.
서울 관악구 봉천4동 쑥고개를 자동차로 넘어가 ‘파란’신호등 지시에 따라 20m 길이의 신림2교를 건너면 항상 ‘빨간 불’이 가로막고 있다. 그래서 상습정체구역이 되고 있다.
관악구 신림사거리에서 서울대쪽으로 운전해 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앞 뒤 신호등은 모두 ‘파란 불’인데 유독 이 신호등만 빨간 신호를 켜고 있어 운전자를 답답하게 만든다. 운전자들은 “줄줄이 파란불일 때 유독 빨간불로 켜있는 이것만 통일할 경우 서울대 방면의 출퇴근 교통혼잡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 이같은 이상한 정체구역은 수없이 많다.
경찰은 80년대부터 서울 부산 등 대도시의 교차로에 위치한 5∼10개소의 교통신호등을 하나로 묶어 교통량에 따라 신호가 연동 조작되도록 신호연동화 사업을 벌여왔다. 일반신호등을 전자신호등으로 교체하고 신호등 사이에 차량감지기를 설치, 순간순간 감지하는 교통량에 따라 똑같은 신호를 내보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기계적으로 신호를 내보냄으로써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일반신호기 일색 일 때보다 교통흐름도 상당히 원활해졌다.
그러나 설치한지 10년도 안돼 차량감지기나 전자신호등이 대부분 고장났다. 현재 서울시내 1천3백62개의 차량감지기 중 제대로 작동하는 감지기는 2백40개. 5개 중 4개는 고장인 셈이다.
또 도로 개설 등의 과정에서 일련의 전자신호기 사이에 일반신호기가 끼여들었다. 서울시내 1백28개 연동그룹 가운데 일반신호기가 끼여 있는 곳은 19개. 부산의 경우 56개 연동그룹내에 28개의 일반신호기가 설치돼 있다. 설령 감지기가 제대로 작동한다 하더라도 전자연동시스템 자체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든 셈이다.
게다가 전자신호등은 일반신호등과는 달리 고장이 잦다. 서울시내서 하루에 고장나는 전자신호등만 평균 50여군데 이상이라는 얘기. 고장이 잦으니 제대로 작동하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설치한 전자연동시스템이 설치 10여년만에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주범이 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잦은 전자신호등의 고장으로 서울시내의 경우 수리비만 매년 12억원 가량이 들어가고 있다”며 “예산과 전자신호등 작동을 위한 전용망 회선의 부족으로 전자신호등 사이에 낀 일반신호등의 교체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