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도시 면적의 98%나 되는 그린벨트가 시가지를 에워싸고 있는 하남시는 경기도내 31개 시군구 중 재정상태가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생활 불편을 견디다 못한 주민들의 불법 증개축 등 그린벨트 훼손 행위의 적발 건수가 항상 전국 최고다.
하남시 관계자는 “89년 시 개청 이후 지금까지 고발 1천4백29건, 계고 1만6천2백55건, 행정대집행 2천3백42건어었다”면서 “이 과정에서 시민 1만명, 공무원 7백여명이 처벌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경기 구리시 토평동은 그린벨트와 그린벨트가 아닌 자연녹지 지역의 땅값이 배이상 차이가 난다.
토평동 자연녹지 지역은 택지지구로 지정돼 지주들이 토지공사에 비싼 값을 받고 땅을 팔 수 있었다.
토평동 그린벨트 지역에 사는 이성실씨(68)는 “최근에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다시 묶이는 바람에 그린벨트가 풀리더라도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며 “같은 토평동인데도 자연녹지는 부자들의 땅이고 그린벨트는 빈자들의 땅”이라고 말했다.
하남시와 구리시 주민들은 한결같이 27년만에 시작된 그린벨트 개선이 너무 늦었다면서 해제 폭을 최대한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린벨트 주민들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그린벨트 해제 반대운동에 대해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하남시에서 13대째 살고 있다는 김종신씨(47)는 “환경 단체가 최근 실시한 그린벨트 재조정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63% 가량이 해제를 반대했다지만 조사 대상자들이 그린벨트 주민 생활상을 한번이라도 둘러보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한행정사회 이상준 구리시지회장은 “꼭 녹지로 두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면서 “개발을 하더라도 녹지율을 높이는 등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리시와 하남시 주민들은 정부의 최종안이 확정되기 이전에 환경론자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이 한자리에 모여 현장을 보고 문제를 토론하는 자리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이들 도시에서는 그린벨트 토지거래가 뚝 끊겨 ‘얼음벨트’로 불릴 정도였다.
하남시에서는 그린벨트내에서 공공사업 등으로 건물을 옮겨지을 때 소유주에게 주는 이축권(移築權)의 가격이 IMF 관리체제 이전에 1억2천만원이었으나 최근에는 5천만원에 내놔도 찾는 사람이 없다.
구리시와 하남시 주민들은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땅값이 올라 그동안의 고생을 다소 보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