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땅속의 무법자’예요.”
서울 중구 만리동1가에 사는 6가구 주민들은 땅속을 마음대로 침범한 건설회사의 횡포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주민들이 ‘집에 금이 가고 있다’고 느낀 것은 10월 초. 6가구 모두 벽과 방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담에는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균열이 생긴 곳도 있었다.
“바로 옆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사 때문이 아닐까….”
불안해진 주민들이 인근 충정1―3지구 건설현장으로 몰려갔다. 답변을 회피하던 현장관계자가 결국 이유를 실토했다.
“그건 아마 ‘어스앵커’때문일 겁니다.”
“어스앵커요. 그게 뭡니까.”
“공사현장에 흙막이벽을 설치하잖아요. 그게 무너지지 말라고 땅속에 박아놓은 철심이지요.”
시공사인 삼성건설이 주민들 모르게 땅속에 철심을 박아놓은 것이었다.
“아니, 남의 땅에 함부로 철심을 박아도 되는 겁니까.”
“규정상은 원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저희가 급해서 먼저 철심을 박았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현장소장의 설명에 주민들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민들의 거듭된 항의에도 현장소장은 “안전진단을 할 필요는 없다. 그 정도로는 절대로 집이 안무너진다”는 태연한 답변만 계속했다.
삼성건설측은 문제가 커지자 “공사라는 게 원래 그렇다. 주민 동의 다 받으면 언제 공사하느냐”고 강변하면서 “공사 끝나고 주민들과 합의를 볼 생각이었다”고 얼버무렸다. 결국 공사는 일시중단됐지만 시공회사와 감독관청인 서울시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폭발 직전의 상태.
“서울시에도 여러차례 진정했으나 마이동풍(馬耳東風)이에요. 업체나 서울시가 모두 저희들을 얕보고 그러는 거지요.”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