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살의 극작가 장우재. 극단 백수광부의 ‘열애기’, 76의 ‘목포의 눈물’에 이어 연우무대의 ‘신예작가와 함께 하는 실험무대’에 선정된 ‘머리통 상해사건’까지 10,11월 불과 두달동안 그의 극본 세편이 잇따라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공연장 언저리에서 그의 모습을 찾기는 쉽지않다. 대학(건국대 산업공학과)도 중퇴하고 일찌감치 대학로 상업연극판에 뛰어들었던 그는 2년전 서울을 떠나 고향인 전남 목포에 정착했다.
“‘1시간반 분량 안에서 적당한 재미를 갖출 것’. 거의 공식이 되다시피한 대학로용 연극에 길들여져가는 것이 두려워 훌훌 털고 떠났어요.”
자신의 희곡이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작가는 “우연일 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작품세계’ 운운하기에는 아직 이른 나이. 그러나 그에 대한 주변의 평가에서 장우재의 희곡이 눈길을 끌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소재를 갖고도 연극을 쉽게 풀어간다.”(연출가 김종연)
“젊은 나이지만 잔재주와 탁월한 발상에 멈추지 않고 등장인물의 심리묘사까지 작품이 점점 더 깊어져가고 있다.”(연출가 김광보)
장우재는 소속 극단인 ‘갯돌’에 참여하는 이외 시간에는 사람살이를 기웃거리고 여행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 속에서 그는 살내음이 나는 걸죽한 입담, 삶의 현장과 동떨어지지 않는 연극의 가능성을 찾는다.
“극본은 글이 아닌 사람들 사이의 자연스러운 말이 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시대와 성격을 반영해야지요.”
끝없는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보다도 좋은 희곡 발굴이 급선무인 한국연극계. ‘탈 대학로식 연극만들기’를 모색하는 장우재의 행보는 그런 점에서 눈여겨볼만하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