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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25시]SK구단 인정사정 없는 감독해임

입력 | 1998-11-29 20:06:00


SK나이츠의 안준호전감독. 27일 구단으로부터 전격 해임 통보를 받은 그는 29일 혼자 산에 올랐다.

평소 같으면 이날 LG세이커스전을 위해 창원에 있어야 할 몸. 그러나 그는 잠바 차림으로 묵묵히 산을 찾았다.

“산에서 무슨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경기장에 가지 않느냐”는 물음에도 “당분간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짤막한 대답뿐.

그는 평소 사람 만나 술잔 기울이기를 좋아하는 호방한 성격. 그러나 해임되자마자 휴대전화 번호까지 바꾼 채 잠적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의 갑작스런 해임을 놓고 농구인 사이에선 해석이 구구했다. “용병을 잘못 뽑은 탓이다” “통솔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닌가” “SK 전신인 진로 카스 시절 뽑은 감독이라 미운 털이 박혔을 것” 등.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든 시즌중 돌연한 목자르기는 지나쳤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용병 선발은 코칭스태프뿐만 아니라 구단 고위층도 동행, 의논해 결정한 사항.

또한 서장훈 현주엽 등 스타들을 장악하기 위해선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 일선 지도자들의 말이다. 서장훈 현주엽이 방콕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느라 빠진데다 슈터 손규완마저 다쳐 성적부진은 해임사유가 될 수 없다.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중인 서장훈과 현주엽도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스타 2명을 뽑았다고 당장 우승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우리가 함께 뛴 경기는 단 2게임뿐이다. 최소한 한 시즌은 치러봐야 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

결국 갑작스런 해임은 단견 아니면 책임회피를 위한 조치라는 것이 농구계의 지적. 프로의 세계에선 성적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그러나 해임이 객관성을 갖기 위해선 충분히 시간을 줬어야 했다.

98한국여자농구 여름리그 성적부진을 이유로 2개월만에 해임됐던 문재국 전 국민은행 감독이 지도자의 길을 포기하고 최근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안전감독의 선택은 무엇일까.

〈최화경기자〉bb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