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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선]송영자/日 집단괴롭힘과 등교거부

입력 | 1998-11-29 20:07:00


아침 출근시간 만원 전차 속. 붉게 또는 노랗게 머리를 물들이고 느슨한 바지차림에 피어스를 한 10대의 젊은이들이 헤드폰을 끼고 잡지책을 읽거나 떠들어대고 있다. 학교에 가는 차림은 아니다. 그렇다고 어디로 놀러가는 것 같지도 않아 보인다.

최근 일본에서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부등교(不登校·학교가기 싫어서 30일이상 결석한)’학생들이 ‘서포트학교’에 가는 것이다. 도쿄(東京)의 중심지 오차노미즈에 있는 ‘T교’에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4백여명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이들은 학력이나 자격 등이 사회생활에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이다.

97년도 문부성 조사에 의하면 초 중등학교의 ‘부등교’아동이 10만5천4백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75년경부터 표면화하기 시작한 ‘이지매(집단괴롭히기)’와 그로 인한 등교거부 문제는 일본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과제가 집약되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본인들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을 사회규범의 제1의 미덕으로 알고 가르치며, 일률화 동질지향의 의식구조가 사회저변에 깔려 있어서 모두와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다른 색깔을 가진 사람을 따돌리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일본인들은 ‘다테마에(겉치레)’와 ‘혼네(본심)’가 있어서 상대방에게 자기의 생각을 터놓고 말하지 않는 것을 교양으로 생각한다. 어른들의 이러한 사고방식이 학교에서의 이지매와 부등교로 이어지고 있다고 일본인 친구는 말한다.

“우리집 근처에는 지역 운동클럽이 있어서 학부모들이 뒤치다꺼리를 합니다. 이때 자주 빠지거나 협력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다른 학부모들이 좋지 않게 생각하고 뒤에서 험담을 합니다. 본인의 사정 같은 것은 전혀 고려되지 않지요. 이런 사람들은 동네에서 따돌림을 당하게 되고 그 가정의 아이는 학교에서도 이지매의 대상이 되지요.”

일반적으로 사립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까지는 대체로 같은 지역에 있는 학교에 다니게 된다. 그러므로 젊은 어머니들은 자기의 자녀가 이지매를 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유치원때부터 교우관계에 신경을 쓴다.

문부성에서는 교육개혁을 통하여 국민의 의식구조를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부등교문제에 대처하는 문부성과 학부모들의 태도에도 많은 유연성과 변화가 엿보인다. 문부성에서는 부등교를 ‘예외적인 문제’에서 ‘어느 아동에게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로 해석하고 학생들을 무리하게 학교에 오도록 강요하지 않고 있다.

그대신 교육위원회에서 설치한 ‘적응지도교실’과 민간에서 운영하는 ‘서포트학교’나 민간 ‘프리스쿨’을 적극 지원하는 예산을 대폭 책정하고 있다. 한국 부모들과 달리 부등교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그다지 걱정하는 모습이 아니며 자녀들이 학교에 가기 싫어하면 가지 않아도 좋다는 식의 대응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금 이곳에선 ‘나카마하즈레(집단의 무관심)’로 학교에서 설 곳을 잃어버린 아동 학생들을 맡아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고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주려는 시도가 다양한 방법으로 모색되고 있다.

송영자(됴쿄한국학교 초등부교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