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주재로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는 무려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평소 1시간 내지 1시간반 정도면 끝내던 것에 비해 두배 가까이 소요된 셈이다.
규제개혁 관련 법안 등 안건도 40건이 넘어 어느 때보다 많았지만 김대통령은 이날 국무위원들의 적극적인 토론을 유도했고 나름의 주문과 격려도 많았다.
김대통령은 교원 정년단축 법 개정안이 의결된 뒤 “교원 정년단축은 개혁적인 내용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며 “큰 의미가 있는 개혁이니 반드시 성공하길 바라며 반발 등이 크므로 잘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이해관계자가 많고 심각한 사안이므로 정부가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마무리에 신경쓸 것을 부탁했다.
이와 함께 규제개혁 개정입법에 대해 “참으로 획기적인 일을 하고도 국민으로부터 충분한 이해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홍보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또 장애인인권헌장 제정안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헌장이 제정되더라도 현실에 적용되지 않아서는 안된다”며 장애인채용 편의시설확충 등에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그는 연말연시 행사계획을 보고받고는 내년 1월4일로 잡힌 정부시무식을 ‘이중과세’문제에 대한 토론으로 연결시켰다. 김대통령은 “설을 일년에 두번 쇠는 것은 큰 낭비이며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경제6단체장도 신정에는 하루만 휴무하는 것을 건의하고 있다”(박태영·朴泰榮산업자원부장관), “근로자의 임금문제와 관련이 있으므로 노동계와 의견조율을 할 필요가 있다”(이기호·李起浩노동부장관)….
이렇게 시작된 토론은 국경일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문제로 이어졌다.
“한글날이 너무 가볍게 지나치고 마는 것은 문제가 있다”(신낙균·申樂均문화관광부장관) “해외공관에서는 일년에 한번 외빈초청 파티를 하는데 가장 큰 국경일이 개천절인지, 광복절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장관)….
김대통령은 조계종분규를 보고받고 “종교문제는 미묘하므로 정부는 묵과할 수 없는 부분에 경찰력을 투입하되 어느쪽도 차별하거나 두둔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며 공정한 집행을 신신당부했다.
이날 회의를 지켜본 정부관계자는 “토론이 길어지고 대통령 말씀이 많았던 것은 한해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 내각의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것”이라며 “연내 기업구조조정을 마무리하려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해석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