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窓]선대인/『스님들이 독경대신 웬 욕설?』

입력 | 1998-12-01 19:25:00


“더러운 야욕에 빠진 놈들아.”

“개 돼지만도 못한 빨갱이같은 놈들아.”

지난달 30일 밤 12시경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경내. 정적이 감돌아야 할 사찰 경내에 스님의 낭랑한 독경(讀經)소리 대신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이 날카롭게 귓전을 때렸다.

대형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비방의 목소리는 점점 도를 더해갔다. 차라리 시정잡배들의 싸움을 방불케 했다.

“야, 이 순악질 깡패들아, 죽도록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추악한 권력의 주구(走狗)들아, 집에 가서 잠이나 자거라.”

이날 조계사 경내에는 총무원 건물을 둘러싸고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인 정화개혁회의측과 중앙종회측 승려 및 신도들이 벌이는 비방과 욕설이 하루종일 계속됐다. 입으로는 부족했던지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승려들도 많았다. 이 때문에 사찰안은 각목과 유리조각 건축폐자재 화염병 등이 여기저기 널려 있어 마치 한바탕 전쟁을 치른 격전지 같았다.

1일 오전 1시 양측의 물리적인 공방전이 소강상태에 들어가면서 이들의 비방전도 잦아들었다. 그러나 정적도 잠깐뿐 한밤의 욕설은 곧 또다시 시작됐다. 오전 2시40분경 대웅전에서 치솟은 방화로 추정되는 불길이 도화선이 됐던 것.

“부처님을 모시는 대웅전에 불을 지르다니 천하에 몹쓸 놈들….”

“느네들이 불을 질러놓고 어디다 뒤집어씌우느냐.” 종단의 화합을 기원하기 위해 이날 조계사에 나왔다는 50대 여신도는 보다 못해 한탄처럼 넋두리를 했다. “말끝마다 부처님의 자비를 내세우는 스님들이 중생보다 못한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다니….” 그러나 그의 넋두리는 이내 대형스피커의 욕설소리에 묻혀버렸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