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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임연철/「회개와 선행」 교황의 호소

입력 | 1998-12-01 19:25:00


▼라틴어의 천(千)을 뜻하는 밀레(Mille)와 연(年)을 뜻하는 아누스(Annus)가 결합돼 만들어진 밀레니엄(Millenium)은 2000년을 앞두고 전세계적 관심을 끄는 단어로 떠올랐다. 엄격하게 말해 새 밀레니엄의 시작은 2001년부터지만 제3의 밀레니엄을 맞는 지구촌의 움직임은 오래 전에 시작됐다. 영국의 밀레니엄 돔, 프랑스의 파리 2000 기획 등이 대표적이고 호주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밀레니엄사업의 절정이 되도록 준비 중이다.

▼원래 밀레니엄이 기독교 신약성서에서 비롯된 것임을 과시라도 하듯 로마 교황청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5년마다 희년(禧年)을 설정해온 가톨릭이 2000년을 특별히 대희년으로 정하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최근 ‘대사(大赦)의 해’로 선포하기도 했다. 대사를 받기 위해 수천만명의 신도가 바티칸을 찾을 것이라고 한다.

▼교황의 칙령에 따르면 신자들은 어느 곳에서든 미사참석과 같은 전통적 방법으로도 죄사함을 받을 수 있지만 개인적인 희생이나 불우한 이웃을 돕는 행위를 통해서도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세계의 부국들에게 가난한 나라가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부채를 탕감해줄 것을 호소한 내용도 새롭다.

▼칙령부칙의 내용이긴 하지만 흡연 음주 등 불필요한 소비를 하루동안 자발적으로 절제해 그 결과로 이웃을 도와 사면을 받는 구체적 방안도 소개돼 있어 흥미롭다. 대사의 해는 내년 크리스마스부터 시작한다지만 불우이웃을 돕는 행위나 불필요한 소비의 절제를 내년으로 미룰 이유는 없다. 어렵게 연말을 보내는 우리의 이웃들은 너무나 많다. 교황의 호소는 신도가 아니더라도 경청할 만하다.

임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