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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편지]이동호/고생하는 아내에게

입력 | 1998-12-01 19:25:00


오늘처럼 추운날, 아내를 생각하면 눈물이 핑 돈다. 첫돌을 갓 넘긴 늦둥이 아들을 등에 업고 8년째 계속해온 보험 영업을 한다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릴 아내. 몇번이고 그만두라고 했지만 아내는 오히려 나를 위로하곤 했다.

아내와 결혼한 지도 어느덧 11년이 지났다. 경기부평의 2백70만원 짜리 단칸방에 신혼 살림을 꾸몄지만 회사일에 파묻혀 귀가시간이 자정을 넘기기가 일쑤였다. 딸 둘을 낳고 아내도 가계에 보탬이 되겠다며 보험설계사가 되었다. 모그룹의 기조실에 근무하다 회사를 그만둘때도 아내는 말없이 동의했다. 지금은 운이 좋아 벤처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아내의 배려가 고마울 뿐이다.

그런 아내에게 나는 무엇을 해주었는가. 경주이씨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시부모와 집안 어른들의 성화에 못이겨 늦둥이를 갖겠다고 했을때 과감히 말리지도 못했다. 아내가 30대후반의 임신한 몸으로 고객을 찾아다닐 때도 도와준 것이 하나없다.

그러나 아내여. 중동신도시에 아파트를 장만한 것도, 내가 집안일 신경안쓰고 회사일에 전념할 수 있는 것도 당신의 덕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소. 직접 말을 못하고 이렇게 지면을 통해 감사드리오.

이동호(dhlee@comki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