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생의 성패를 수출에 걸고 있는 우리나라는 내년에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치열한 무역전쟁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가 국제금융위기의 해라면 내년은 무역위기의 해”라는 윌리엄 데일리 미국 상무부장관의 예고는 우리나라를 비켜가지 않을 전망이다.
남미 동남아 등 개도국은 금융위기의 후유증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무역장벽을 높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럽은 유러통화 출범을 계기로 블록경제를 더욱 굳히려 하고 있고 미국 등은 한국 수출품에 대한 반덤핑 공세를 강화할 움직임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협상이 시작되는 국제무역기구(WTO)의 경쟁부문 투자부문 농업부문의 뉴라운드는 한국 통상정책의 입지를 더욱 좁혀놓을 전망이다.
외교통상부는 지난해 1건에 불과했던 개도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수입규제가 올해는 8건으로 급증했다고 1일 밝혔다.
아르헨티나 인도 말레이시아 남아공 등 4개국이 반덤핑 규제를 발동했으며 이스라엘 러시아 콜롬비아 멕시코 등 4개국이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조치를 취했다.
또 베네수엘라 터키 등이 수입규제조치를 취하기 위해 현재 16개 품목의 한국상품에 대해 조사중이어서 이 가운데 여러 건의 조치가 내년에 취해질 전망이다.
외교부 김종범(金鍾範)통상전문관은 “한해 동안 1,2건에 불과했던 개도국의 수입규제가 급증한 것은 국제금융위기의 후유증으로 이들 나라가 수입을 될수록 억제하려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서도 내년중 핫코일 강관 반도체D램 유화제품 등 13개의 한국 수출품에 대해 수입을 규제할 움직임이다.
유러통화의 출범도 중요한 변수. 역내 국가별로 달랐던 제품가격이 유러화로 통일되면서 하향평준화될 가능성이 높아 한국으로서는 싼 가격의 시장 공략이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이종화(李鍾華)책임연구원은 “유러통화가 저가수출에 의존해온 한국 기업을 1∼2년 동안 압박할 것 같다”며 “전반적으로 내년의 통상환경이 올해보다 훨씬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이같은 통상환경 악화에 대비해 칠레 터키 남아공 등 수입장벽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