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만한 면적에 인구는 겨우 5백만명. 끝없이 펼쳐진 영국북부 특유의 거칠고 황량한 벌판. 일년중 해가 나는 날이 몇개월에 불과해 제대로 곡물을 경작하기 어려운 기후조건.
스코틀랜드의 겉모습만 보면 ‘이 나라가 과연 뭘 먹고 사나’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일단 속을 들여다보면 깜짝 놀란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GNP)이 1만7천달러, 실업률은 9월 현재 유럽내 최저 수준인 5.5%. 내로라하는 정보통신업체들이 몰려 있는 ‘실리콘 글렌’도 스코틀랜드에 자리잡고 있다.
위스키와 백파이프의 본고장으로만 여겨졌던 스코틀랜드가 유럽 최대의 정보통신 제품 생산기지로 발돋움한 것은 스코틀랜드투자개발청(LIS)의 눈부신 활약 때문.
LIS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민관(民官) 합작체. 90여명의 직원 가운데 절반은 정부인 스코티시 오피스 출신. 나머지 절반은 민간기구인 스코티시 엔터프라이즈 소속으로 기업 경영 경험이 풍부한 프로 비즈니스맨들이다. 월급도 출신에 따라 따로 받는다.
100%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LIS가 그렇다고 국가기관은 아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 유치에 관한 모든 권한을 갖고 자유롭게 일을 집행한다.
LIS는 81년 기존의 공무원 조직인 스코틀랜드개발공사(SDA)를 개편, 설립됐다. LIS 설립전만해도 스코틀랜드는 대표적인 산업이던 조선(造船)산업의 주도권을 아시아에 빼앗기면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실업률과 경제난에 시달려야 했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외국의 투자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활동이 부진한 SDA를 없애고 민간 부문의 활력과 효율성을 겸비한 LIS를 설립했던 것.
공무원과 민간인 출신을 합쳐놓고 보니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생겼다. 공무원 출신 직원들은 법률 문제나 관청에 관계된 일을 담당한다. 민간인 출신들은 역내 다른 기업과 관련된 업무를 처리한다.
일단 외국업체가 스코틀랜드 지역에 공장이나 지사를 설립키로 결정하면 부지 선정에서 종업원 고용과 훈련, 대출까지 LIS 한곳만 통하면 된다. 말그대로 ‘원스톱’ 서비스다.
LIS의 빛나는 활약으로 스코틀랜드 지역에는 약 6백여개의 외국업체 공장과 지사가 빽빽히 들어섰다. 이 지역 제조업 종사자 가운데 4분의 1이 외국업체에서 근무할 정도.
아시아지역 담당 컨설턴트인 제리 매커렌은 “LIS가 수행하는 프로젝트는 매년 8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고 소개했다.
규모도 엄청나서 97년 한해 동안 31억달러를 끌어들였다. 그렇다고 인원이 많은 것도 아니다. 실제 투자 유치 업무를 담당하는 컨설턴트는 불과 40여명뿐이다.
〈글래스고〓홍석민기자〉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