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건국위 예산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4일 국회는 예산결산특위도 열지 못한 채 파행으로 끝났다. “단독처리 불사”(여당) “실력저지 불가피”(야당)의 강경발언이 나왔지만 구체적 행동으로는 들어가지 않았다.
○…예결특위는 이날 오전10시에 열기로 했던 계수조정소위를 연기한 채 간사회의만 하다 오후에는 의원들이 예결위장을 모두 빠져나가 파장 분위기.
여당의원들은 원내총무실 등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한나라당이 고의로 예산안 처리를 지연하고 있다”고 성토. 반면 한나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제2건국위 예산은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고 공세.
국민회의 김태식(金台植)의원과 자민련 이인구(李麟求)의원 등은 “계수조정작업 등 ‘순수예산 협상’은 이미 마무리됐기 때문에 이제 처리과정만 남았다”면서 “야당이 계속 협조하지 않을 경우 대안이 없다”며 여당 단독처리를 시사.
그러나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는 이날 오전 이례적으로 예결위원장실로 찾아가 야당의원들에게 협조를 당부.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오늘 내일은 처리가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
1시간여동안 진행된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박희태(朴熺太)총무는 “제2건국위 예산 20억원을 책정해주면 신당창당으로 연결될 정치자금을 허용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타협의 여지가 없음을 재차 강조.
일부 의원들은 “과거 야당이 했던 행태를 보여주자”며 강경론를 폈으나 참석자들은 대부분 맥빠진 분위기.
한편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은 이날 한나라당 소속인 김진재(金鎭載)예결위원장에게 협조전을 보내 “오늘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예산안 심사를 완료하여 달라”고 요청.
○…이날오전 예결위 간사회의에서는 대구지하철운영비 증액문제가 새롭게 돌출.
한나라당 간사인 박종근(朴鍾根)의원은 진념(陳稔)기획예산위원장과 국민회의 간사인 조홍규(趙洪奎)의원에게 “어제 국민회의 부산시지부대회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부산지하철에 대한 전액 국고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대구지하철에 대해서도 운영비 4백78억원을 전액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
이에 진위원장이 “김대통령이 부산지하철에 지원을 해주라는 얘기가 없었으며 현재 협의중”이라고 응수하자 박의원은 “제2건국위 예산 20억원과 공공근로사업비 추가삭감, 대구지하철 문제 등 3대 현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예산안이 타결될 수 없다”고 엄포.
〈이원재·공종식기자〉w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