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입시철이면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한 입시생이 우리나라 최고 일류대학 인기학과에 합격했다. 이 아들이 너무나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나머지 부모는 아들의 합격선물로 당시만 해도 힘들었던 해외여행을 보내주었다.
이러한 ‘과잉 보상’ 소식을 들은 친지와 친구들이 “뭐, 그만한 일로 해외여행을 보내느냐”고 수군댔다. 그러자 어머니는 불끈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 “무슨 소리야. 일류대학 합격한 우리 아들 태운 비행기가 영광이지.”
비행기가 황송해 했는지 아닌 지 모르겠지만 이 얘기는 대학시절의 실화이다. 성적지상주의 앞에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는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입시제도도 여러번 바뀌었고 성적만능주의도 여전하지만 최근들어 반갑기 그지없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대학 특별전형에 합격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학생회장을 놓치지 않았던 고아에서부터 50대 태권도사범까지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발명대회를 휩쓴 발명왕도 있고 토플 만점 합격자나 영문소설 작가도 있다. 이들중 누구에게서도 창백한 ‘공부벌레’의 인상을 받을 수 없다.
이같은 입시전형제도의 변화에 발맞춰 올해에는 수능 및 각 대학 수석 합격자의 인터뷰도 없을 것이라는 소식이다. 마치 모범답안을 쓰듯 ‘성실한 복습이 학습비결’이라는 등의 천편일률적인 수석 합격자들의 인터뷰는 내용도 볼 것이 없을뿐더러 평범한 학생과 부모들의 사기만 떨어뜨렸다.
수석 합격자에게는 아쉬운 일일지 모르겠지만 성적 만능의 입시관행을 바로잡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졸업장’이 아니라 ‘실력’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정성희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