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많이 준비해 왔으니 양껏 드세요!”
6일 낮 12시 서울 금천구 시흥2동 혜명불교양로원 지하 식당. 70여명의 노인이 고급 일식당에서나 맛볼 수 있는 특급 생선초밥을 받아들고 즐거워 하고 있었다.신라호텔 일식당 안효주(安孝珠·39)과장과 서울 강남구 역삼1동의 일식당 ‘손수사(孫壽司)’의 손준근(孫浚根·39)사장이 빠른 손놀림으로 생선초밥을 만들어냈다.
두 사람은 이날 새벽부터 손사장의 식당에서 농어 광어 등 생선 20㎏과 김밥 등 1백30인분의 식사를 준비했다.
두 사람은 20여년 전 서울의 한 일식당 주방에서 만나 ‘냄비닦이’를 하면서 우정을 쌓았다. 그 어두운 주방에서 불우한 시절을 보내며 두 사람은 어느날 다짐했다. “우리 성공하면 남을 돕고 살자”고.
전남 고흥에서 4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동생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고교 1년을 중퇴한 손사장은 76년 서울로 올라와 냄비닦이를 시작했다. 생선회 칼날에 왼손 엄지손가락을 잃기도 했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일식당을 전전하며 나름대로 성실히 살아온 끝에 객지생활 22년만인 지난달 비로소 종업원 9명을 둔 일식집 ‘사장님’이 됐다.
그보다 한해 늦게 고향 전북 남원에서 올라와 냄비닦이로 출발한 안과장 역시 식당을 전전하다가 85년 신라호텔에 입사해 정통 일식요리사 코스를 밟았으며 13년만인 지난해 특급호텔 일식당의 최연소 과장으로 승진했다.지난달부터 한달에 한 두차례씩 주말에 70여명의 노인에게 정성스럽게 준비한 생선초밥을 대접하고 있는 두 사람은 보람으로 마음이 뿌듯하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