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은 행복과 같은 말이다. 쾌락이 죄악시되는 세상에서 누가 열심히 일하려 들겠는가….
나는 내가 ‘나이값’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퍽이나 다행스럽게 느끼고 있다. 나이값을 하려다 보면 빨리 늙고 빨리 허물어진다. 그러다보면 괜히 억울한 생각이 들고 자신도 모르게 촌스러운 도덕주의자, 심통사나운 권위주의자가 되기 십상이다….
이른바 ‘명작’이라고 불리우는 작품들은 현학적이고 철학적인 설교를 늘어놓는다. 인생의 목적이니 사상 같은 걸 강조한다. 다 사기다. 인간은 그냥 그때 그때의 쾌락을 좇아 살아갈 뿐이다….
솔직한, 너무 솔직한, 그래서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마광수교수(47). ‘야한’ 소설을 썼다고 해서 감방에도 갔고 교수자리에서도 쫓겨났었다.
그런 그가 올해 연세대 교수로 복직한뒤 말문을 열었다. 우리 시대의 문화 이야기, ‘자유에의 용기’(해냄).
그의 글은 정말이지, 솔직하다. 지나칠 정도다. 어떤 때는 지독하다 싶다. 솔직함도 넘치면 불편하다. 부담스럽다. 어디 1백% 산소만 마시고 사는 사람이 있던가. 거짓과 위선에 길들여진 사회에서 그의 솔직함은 튄다. 거슬린다. 하지만 그의 ‘고질병’은 쉬 치유될 것 같지 않다.
그는 천성이 자유주의자다. 속박과 굴레를 못견뎌한다. ‘돼먹지 않은’ 도덕을 빙자하여 자유를 억압하는 현실에 분노한다. 그에게 ‘자유에의 용기’는 솔직함이다. 그것은 우리 시대의 거짓과 위선에 맞서는 강렬한 저항의 수단이기도 하다.
성(性)은 쾌락과 윤리 이전에, ‘인권(人權)’에 관한 문제라고 한다. 포기할 수 없는 ‘행복 추구권’이라는 것. 성의 자유를 억누르는 일체의 사회적 제약은 ‘모럴 테러리즘’으로 단죄된다.
어쨌거나 마광수, 그는 혼자다. 외롭다. 그 외로움은 그가 박해받을 뿐 아니라 경멸받는 지식인이라는 데 있는지 모른다. 우리 사회에서 성을 까발기는 것은 점잖지 못한, 천박한, 저질스러운 어떤 것이다.
오죽하면 이런 시를 썼을까. ‘한국에서 살기는 너무나 힘들어/뭘 해도 안되고 뭘 안해도 안돼/…너무 앞서가도 안되고 너무 뒷서가도 안돼…’
그런데, 궁금하다. 그의 말대로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솔직하게, 자유롭게 산다면 정작 어떤 세상이 올까. 상상이 되질 않는다. 단지 그의 시에서 조금은 ‘나른한’ 그런 세상을 엿볼 뿐.
‘개는 게으르다/게으르기 때문에 욕심이 없다//개는 배가 고플 때만 먹는다/때를 챙겨서 먹지 않는다//개는 졸릴 때만 잔다/때를 챙겨서 자지 않는다//개는 아무데서나 한다…//개는 사치스런 철학적 고뇌에 빠지지 않는다/그렇기 때문에 종교가 없다…’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