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은 외모에 신경이 쓰인다. 벌린 다섯 손가락을 까치집 같은 머리카락 사이에 집어 넣고 쓸어 내린다. 오랜만에 세수도 했지만 그래도 불안해 자꾸 손으로 얼굴을 비빈다.
8일 오후 2시 서울역 광장. 박모씨(39)는 1년이라는 짧지 않았던 서울역 노숙생활을 ‘끝내고’ 고향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박씨가 귀향을 결심한 것은 4일. 서울시가 노숙자 귀향버스를 제공한다는 소식을 듣고나서였다.
이날 멈칫거리던 박씨에게 귀향버스를 기다리던 친구 노숙자 이모씨(38)가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떨리냐.”
“떨리지….”
“왜 떠냐. 고향에 처음 가는 것도 아니고.”
“어머니 생각하니까… 떨려.”
박씨가 고향 강릉을 떠난 것은 85년. 당시는 운이 좋았다. 곧바로 운전학원 강사로 취직돼 큰 어려움 없이 서울 생활을 시작할수 있었다. 하지만 97년 12월 경영난으로 학원이 문을 닫자 생계가 막막했다. 그래서 나선 길이 노숙.
실직 후 박씨는 고향과 연락을 끊었다. 명절때면 자그마한 선물꾸러미를 들고 고향에 들렀지만 올해는 전화 한통화 걸지 않았다. 노환으로 거동도 못하는 팔순의 어머니에게 이런 처지를 차마 알릴 수 없었던 탓이다.
“이제 솔직히 말해야지. 행상이라도 하면서…. 어머니 모시고 살아야지.”
목이 메어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잘 살라구. 어머니 잘 모시고.”
다른 버스를 타게된 이씨의 작별인사에 박씨는 고개를 돌려 박씨를 보았다. 얼굴 근육이 씰룩이더니 이내 눈가에 눈물이 괴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