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경비대대 2소대장 김훈(金勳·25·육사52기)중위 사망사건은 부소대장 김영훈중사(28)의 대북접촉 및 거래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타살사건일 수 있다는 강력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중위 사망사건의 중요한 참고인인 김중사의 알리바이(현장부재증명)가 조작된 흔적이 있고 김중사의 대북접촉 및 거래가 범행의 동기가 됐을 개연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중위 사망사건에 대한 허술한 수사와 경비대대 2소대의 한심한 근무상황, 북한군과의 연계상황, 김중사의 행적 등을 분석해본다.
▼허술한 수사▼
국방부는 “김중위를 살해할 동기가 없고 당시 소대원 등 주변인물들의 알리바이가 성립하여 자살로 판단된다”고 결론내렸다.
군은 “김중위와 소대원의 갈등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여러 증언은 김중위가 부대통솔문제 등으로 심각하게 고민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군이 자살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로 내세우는 알리바이도 “중대장이 ‘이미 자살로 결론이 난 사건이니 서로 상의해서 진술서를 써라’고 소대원에게 말했다”는 증언이 있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
군은 부검소견을 자살의 증거로 판단했지만 탄도방향 탄착점 권총지문 화약반응검사 머리상처 등을 근거로 타살됐다는 법의학자의 증언도 나왔다.
군의 조사는 사고 시간대에만 집중돼 정황을 무시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소대원의 잦은 대북거래와 김중위와의 갈등관계 등 사고 당시의 부대정황이 수사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등 수사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나 축소지향의 은폐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2소대 상황▼
2소대의 실질적인 통솔자는 갓 부임한 김중위가 아니라 김중사였다.
김중사는 야간 근무시 새벽2∼3시에 북한측 1초소로 건너가 용성맥주 담배 위장약 등을 받아 소대원들에게 나눠줬다.
많은 소대원들이 북한군과의 접촉을 즐겼다. 2월3일 귀순한 북한군 판문점대표부 정치부 적공과 공작조 변용관상위는 북한 공작조가 한국군 판문점경비대대 1소대원 6명, 2소대원 20여명, 3소대원 6명, 4소대원 10명 정도와 접촉하고 있다고 진술해 이를 뒷받침했다.
김중위는 김중사의 북한접촉과 군수물자도난 구타 등의 불법행위를 발견하고 고민한 흔적을 메모장에 남겼다.
2소대 전역병들은 “김중사가 김중위를 길들이기 위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며 소대원을 장악해 김중위가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군 관계자는 “김중위가 김중사에게 북한군과 접촉하지 말 것을 지시하자 김중사는 크게 반발하면서도 자신의 불법행위가 상부에 보고될까봐 두려워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군 상황▼
북한군은 변상위가 귀순하자마자 “남조선군이 총으로 위협해 변상위를 끌고갔으니 송환하라”고 우겼다. 한국군이 “변상위는 귀순했다”고 버티자 북한군은 “반드시 보복하겠다. 남조선군 장교를 죽여서라도 끌고 오겠다”고 협박했다.
김중사는 2월16일경 근무중 한차례 월북했다가 돌아왔으며 8일 뒤인 24일 김중위는 숨진 채 발견됐다.
이같은 정황으로 미뤄 김중사가 북한군에서 지령을 받고 김중위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사건을 조사중인 국회 국방위원회 소위원회의 잠정결론이다.
▼수상한 알리바이▼
김중위가 숨진 올렛벙커의 이상한 기색을 발견한 사람은 김중사였다. 전역병은 “김중사가 ‘화약냄새가 난다’며 벙커출입을 막았다”고 증언했다.
국방위 소위는 “김중사가 사고 당일 오전11시45분경 소대장실에서 컴퓨터 작업을 할 때 김중위가 ‘나 나가요’라고 말한 뒤 밖으로 나갔다고 진술했지만 김중사가 작업을 마친 시간은 오전9시56분으로 두시간 가량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군은 김중위 사망시간을 오전11시50분∼12시20분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전역병은 오전11시20분경 숨진 김중위를 발견했다고 증언, 김중사의 알리바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중위가 숨진 장소도 문제다. 2소대의 한 전역병은 “올렛벙커는 지휘소와 연결돼 있어 말소리까지 들리는데 총소리를 들은 사람이 없다는 것은 이상하다”면서 “자살했다면 지휘소에서 멀리 떨어진 벙커를 택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황을 종합하면 김중사가 자신의 대북접촉을 보고할 수 있는 김중위를 살해하고 알리바이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국방부가 부대정황을 뒤늦게 파악하고 재조사에 착수한 만큼 이같은 의혹의 진위여부가 곧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