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크리스마스는 어디서 밤을 지샐까. 새해 첫날 일출을 볼만한 근사한 카페는 없을까.
한적한 겨울바다의 정취가 깃든 따뜻한 남쪽 나라. 부산의 해운대 달맞이고개는 대한팔경의 하나인 달맞이와 일출을 즐길 수 있다. 고급빌라촌이었던 이곳에 10여년전부터 전망좋은 카페들이 들어서 새해소원을 비는 사람과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 청춘남녀를 유혹한다.
▼ 달밤의 추억 ▼
“서울에서는 이런 달 못 보지예.”
해운대 한국콘도 부근에서 청사포 입구까지 1㎞ 남짓한 공간에 바다를 끼고 펼쳐진 해운대 달맞이길. 붉게 노을진 오륙도와 동백섬을 오가는 유람선, 푸른바다를 끼고 송림 사이로 지나가는 동해남부선 열차, 월광(月光)에 물든 은빛 바다 위에 떠있는 오징어잡이배의 불빛…. 해운대의 곡선해안은 밤새 바라보아도 지겹지 않다.
‘해뜨는 집’‘달맞이 집’‘그림속의 집’‘언덕위의 집’‘달빛속의 횟집’‘전망좋은 방’‘아침바다 저녁노을’…. 30여 카페가 각각 대형유리창과 2층에 널찍한 야외테라스를 갖추고 있다.
크리스마스 발렌타인데이 정월대보름 등엔 ‘올 나이트족’이 전국에서 모여든다. 관광특구라 영업시간 제한이 없기 때문. 새벽 달이 질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덧 바다엔 눈부신 일출. 부산 수영구 남천동 이희원씨(23). “올 발렌타인데이에 남자친구와 밤을 샜다. 이른 아침 해운대 복국집엔 우리처럼 꽃과 초콜릿을 들고 온 젊은 연인들로 가득차 있었다.”
주말이면 서울 대구 마산 등지에서 차를 타고 온 데이트족이 30%. 복국으로 해장하고 해운대 온천에서 목욕하면 밤샘의 피로도 거뜬.
▼ 부산의 몽마르트르 ▼
부산의 번화가인 서면이나 부산대앞, 광안리해수욕장은 10대,20대의 거리. 그러나 이곳은 30대를 중심으로 20대 데이트족부터 40,50대 부부까지 차분히 즐길 수 있는 언덕.
특히 92년 세워진 ‘김성종 추리문학관’과 ‘동백아트센터’에 이어 10여개의 전시장이 들어서 부산 문화의 중심지로 발돋움. ‘여명의 눈동자’‘제5열’의 추리작가 김성종씨가 세운 추리문학관은 4개층 어디서나 창밖으로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달빛을 배경으로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가 쏠쏠.
복합문화공간인 동백아트센터에서는 주말마다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 ‘다국적 문화’가 자리잡은 것도 특징. 카페에서 할로윈데이 파티가 열리기도 하고 20년 전통의 갈비집인 ‘달맞이집’에는 일본인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프랑스에서 온 프레드릭 알트만(59·니스박물관 특별책임자). “해운대에서 달맞이언덕으로 이어지는 길은 검푸른 바다, 온난한 기후 등 프랑스 니스에서 모나코로 이어지는 해변 언덕과 흡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해운대 텅빈 바다에는 오늘도 부산 사람들의 가슴을 채워주는 달이 떠오른다. 시인 최종림씨가 노래한 달맞이고개. ‘그리움/기차 연기에 걸리어/저녁을 돌아가면/또 물소리뿐인 마을/그처럼 외로운 곳으로 동백꽃 아이아이 밤이오고…/구름을 맞아 오는/동짓달 이녘이면/무던히도 피어대던/동백꽃 벼랑/자락자락/그림이었어라.’
〈부산〓석동빈·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