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내 김훈(金勳·25)중위 사망사건과 병사들의 북한군 접촉문제와 관련해 국방부 특별합동조사단(단장 양인목·楊寅穆중장)이 10일 본격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이와관련해 군측이 그동안 김중위가 소속했던 부대원들을 상대로 ‘함구령’을 내린 사실이 밝혀져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예비역 중장인 김중위의 아버지 김척(金拓·55·육사21기)씨는 “지난 10개월 동안 아들과 함께 복무했던 10여명의 전역 현역병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부대로부터 ‘함구령’ 및 ‘발설말라’는 교육을 수차례나 받았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사고가 발생한 소대뿐만 아니라 전 부대원들이 사고 직후 부대의 대대장과 중대장으로부터 ‘김중위의 유가족들과 만나지 말고 전화통화도 하지 말 것은 물론 외부에 일절 발설하지 말라’는 교육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김중위의 추모식이 끝난 4월초 임진각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한 소대장이 “대대장으로부터 ‘유가족 접촉이나 전화통화를 할 경우 진급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를 받았다”며 돌연 약속을 취소했다는 것.
김중위의 어머니(55)는 “처음엔 만나겠다고 허락했다가 뒤늦게 부대의 문책이 무서워 갑자기 약속을 취소하는 사병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른 부대에서 근무하는 김중위의 육사동기생 모중위도 “부대측에서 여러차례 신신당부를 받았다”며 어려운 입장을 토로했다. 김중위의 49재였던 4월 계룡대 소속 육군 법사가 기무부대 관계자로부터 “당신 진급에 지장이 있다”는 압력을 받기도 했다는 것.
올해 6월부터 두달동안 JSA에서 근무했던 Y씨(28)는 “내가 만났던 많은 사병들이 ‘김중위 사건수사 당시 부대장의 지시에 의해 시간과 정황을 짜맞추어 진술서를 작성해야 했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고 밝혔다.
김중위 사건을 맡은 안병희(安秉熙)변호사도 “군측에서 ‘10년동안 군검찰에 몸담았던 사람이 유족들을 설득해야지 그러면 되느냐’며 압력을 행사했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합조단장인 양인목중장은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의혹을 조사해 온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혀 구속된 김영훈(金榮勳·28·전JSA경비중대 부소대장)중사가 김훈중위 사망사건에 관련이 있는지를 집중규명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기무사측은 “김중사가 군사분계선상에서 30여차례 북한군과 접촉하고 한차례 북한초소까지 접근한 사실을 시인했지만 북한군 지령을 받고 김훈중위를 살해했는지는 아직 수사하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조사한 참고인 6명 외에 4명을 별도로 소환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합조단은 김중사 등 JSA의 병사들이 얼마나 북한군과 접촉했는지, 대공혐의가 있는지를 밝히기 위해 현장점검과 부대원조사를 다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합조단은 김훈중위 사망사건에 대한 군당국의 두차례 수사결과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미진했거나 은폐축소한 부분이 있으면 관계자를 문책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한편 국방부는 북한군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난 JSA경비중대의 한국군 병사를 모두 교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국가안보의 상징인 JSA경비병들의 군기문란행위가 밝혀져 국가안보태세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으므로 군에 대한 불신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경비병력을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군당국은 JSA의 사병과 하사관은 물론 소대장 등 장교 전원을 교체하도록 미8군 사령부에 요청할 방침이다.
〈송상근·이호갑기자〉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