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가 큰 9개 국립대에 대한 경영진단 결과가 나왔다. 예상대로 방만한 조직운영과 비효율적인 인력구조, 경쟁 시스템의 부재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국립대의 이같은 ‘총체적 부실’은 우리 대학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냥 넘겨서는 안된다. 교육부도 국립대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메스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뭐니뭐니 해도 시도를 대표하는 명문대는 지역이름을 딴 국립대들이다. 하지만 ‘사회기여도’측면에서 이들은 줄곧 공격 대상이 되어 왔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공공성이 강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가령 사립대가 재정문제로 엄두를 내지 못하는 기초학문과 특수분야 학문으로 대학을 특성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신입생 선발의 경우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주로 뽑아 균등한 교육기회 제공에 앞장서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국립대들은 하나같이 낙제점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법대 의대를 포함해 각 학문분야를 문어발식으로 늘려가는 운영방식은 어쩌면 재벌과 그렇게 닮았을까. 또 사립대들과 벌여온 신입생유치경쟁은과열과외를 부추기는 데 단단히 한몫 했다. 처장 과장과 같은 ‘감투’늘리기, 부설 연구소의 예산낭비 등 내부 문제까지 꼽자면 한도 끝도 없다.
▼국립대 구조조정은 대학의 특수성을 감안해 정부내 조직감축과는 다른 접근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선단식’경영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어느 한가지 학문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대학으로 변신한다든지 이를 위해 대학운영의 자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방안이 그것이다. 모처럼 민간연구소에 맡겨 실시한 이번 경영진단이 국립대는 물론 교육당국에 철저한 반성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