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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성씨 체포]李총재 『이럴 수가…』 분노-당혹

입력 | 1998-12-10 19:24:00


‘세풍(稅風)’사건과 관련해 동생 이회성(李會晟)씨가 전격 체포된 10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종 침묵을 지켰다.

“설마 구속까지야…”라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듯 검찰이 소환조사조차 생략한 채 회성씨를 전격적으로 체포하자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함과 어처구니없다는 기색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이총재의 상황인식은 이날 오전 회성씨의 체포사실이 알려진 직후 소집된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 이상득(李相得)정책위의장 등 당5역과의 회의석상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총재는 이 자리에서 “내가 직접 여러 차례 물어봤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하더라.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라며 회성씨의 불법모금 개입사실을 거듭 강력히 부인했다는 전언이다.

결국 판문점 병사 북한군 접촉사건이 불거져 현정부의 ‘햇볕정책’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자 여론의 관심을 돌릴 겸 이총재와 한나라당에 대한 ‘목조르기’를 재개했다고 보는 게 이총재와 측근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이총재의 고민은 상황을 타개할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이다. 새해예산안마저 9일 여당 단독처리로 국회를 통과해 여당을 압박할 가장 강력한 카드마저 없어져 버렸기 때문.

더욱 답답한 것은 정보부재 때문에 이총재 진영이 소환조사 절차도 없이 회성씨를 전격적으로 체포한 검찰과 여권의 진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날 간부회의 총재단회의 등 잇단 연석회의에서도 전격체포의 절차상 불법성을 비판하고 국회 상임위에서 법안심의를 거부하자는 식의 평면적인 대책들이 나왔을 뿐 뾰족한 대응책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심지어 일부 측근들조차 “그동안 회성씨의 구속 가능성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총재의 또다른 고민은 “‘총풍’이든 ‘세풍’이든 이총재 개인의 문제”라는 비주류측의 싸늘한 시선이다. 당력을 집중해 대여투쟁을 벌이려 해도 내부 갈등이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이총재는 다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져들고 있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