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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풀린 軍의문사]허원근일병-김현욱하사 대표적

입력 | 1998-12-11 19:12:00


김훈(金勳)중위 사인 논란으로 군에서 발생한 유사한 의문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 의문사는 그동안 객관적으로 의문점이 명백한 경우도 진상규명을 위한 유족들의 노력이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끝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중 육군의 허원근(許元根)일병과 해군의 김현욱(金炫旭)하사의 경우는 의문사의 대표적인 경우로 꼽힌다.

◇허원근일병

“사람이 어떻게 양가슴에 총을 쏜 뒤 다시 이마에 총을 쏴 자살할 수 있단 말이여. 어떻게….”

14년의 한을 털어놓는 고 허원근일병의 아버지 허영춘(許永春·59·전남 진도군 군내리)씨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허씨의 장남 허일병은 22세이던 84년 4월2일 양쪽 가슴과 이마에 M16 관통상을 입고 강원 화천군의 소속 부대 내 유류창고 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대 관계자가 허씨에게 설명한 사망경위는 터무니없었다.

중대장과 고참병에게 심한 꾸중과 폭행을 당한 뒤 총과 실탄을 훔쳐 자살했다는 것.

‘M16으로 왼쪽 가슴을 쏘았는데 안 죽어 오른쪽 가슴을 다시 쏘았고 그래도 숨이 끊어지지 않자 이마를 쏘아 자살한 것’이라는 부검 군의관의 설명도 덧붙였다.

사인을 밝히려는 허씨의 기나긴 투쟁이 시작됐다.

사단장 앞으로 탄원서를 제출했고 청와대 국무총리 국방부장관 육군참모총장 등 섬에서 김 양식업을 하는 한 촌부가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국가기관에 재수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허씨의 피맺힌 절규는 싸늘한 냉대로 돌아왔다.

96년에는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다시 호소했다.

허씨로부터 받은 수사기록 참고자료 등을 분석한 위원회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자살’이라고 평가한 뒤 군에 재수사를 권고했으나 국방부에서 연락 한번 없이 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해버리더라는 것.

◇김현욱하사

“두개골이 함몰될 정도의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린 채 죽어 있었는데 목을 매 자살했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국회 국방위원회가 이번에 진상조사에 나선 김하사 사망사건도 대표적인 군 의문사사건 중 하나다.

김하사는 올 7월25일 해군 55전대 광양함 제4구조물 창고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군 수사당국은 김하사가 스스로 파이프에 로프로 목을 맨 채 숨졌다고 결론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해군병원 군의관은 시체부검 감정결과서에서 ‘직접적인 사인은 기도폐쇄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자살동기는 김하사가 부모의 이혼 등으로 평소 가정환경을 비관해오다 이날 상관으로부터 다른 일로 질책을 받자 이를 참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

하지만 유족들은 김하사의 죽음이 타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김하사의 사망원인은 기도폐쇄에 의한 것이 아니라 두개골 함몰에 의한 과다출혈 때문이었다는 것. 사건현장에 도착했을 때 김하사의 뒷머리에서 예리한 물체에 맞았을 때 생기는 3㎝ 가량의 ‘열상’이 발견됐으며 이 때문에 엄청난 양의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유족들은 주장했다. 목을 맬 경우 보통 혀가 입밖으로 나오지만 김하사의 혀는 나와 있지 않았다는 것. 유족들은 누군가가 김하사의 머리를 때려 숨지게 한 뒤 목을 매달아 자살한 것으로 위장했다고 강조했다.

〈이헌진·박정훈기자〉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