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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사건]국회 국정조사 어떻게 될까?

입력 | 1998-12-11 19:25:00


《정기국회 폐회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김훈(金勳)중위 사망사건’과 ‘세풍(稅風)사건’여파가 국회로 번지면서 여야의 공방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특히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11일 김중위 사망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권 발동을 추진키로 결정했으며 한나라당은 대선자금을 포함한 정치자금 전반에 관한 국조권 발동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같은 국조권 발동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으로 연말 정국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공동여당은 계류법안 7백50여건 중 민생 개혁관련 법안 2백60건을 이번 회기중에 반드시 처리한다는 방침이나 한나라당은 세풍사건에 대한 반발로 심의거부 방안을 검토중이다. 정치공방에 밀려 법안 심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11일 김훈(金勳)중위 사망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권 발동을 추진키로 한데 대해 한나라당도 찬성했다. 이에 따라 김중위 사망사건 축소 은폐 의혹이 국회차원에서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여권은 김중위 사망사건보다는 판문점 경비병들의 북한군 내통사건이 김영삼(金泳三)정권때 일어난 점을 중시하는데 비해 한나라당은 현정권의 사건 은폐 의혹 규명에 초점을 맞추는 등 여야가 국정조사를 통해 얻어내려는 목적은 상반된다.

우선 여권의 김중위 사망사건 국정조사 적극 검토 방침은 자칫 이 문제가 현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햇볕정책’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여권은 10월 중순 국방위가 김중위 사망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소위를 구성했을 때만 해도 이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김중위 소대에서 부소대장으로 근무했던 김영훈중사의 대북접촉사실이 드러나는 등 파장이 ‘눈덩이 불어나듯’ 커지자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야당이 이를 근거로 현정부의 대북정책까지 문제삼을 조짐을 보이면서 여권은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쪽으로 내부입장을 정리했다는 것. 이에 따라 여권은 국정조사가 이뤄질 경우 김중위 사인규명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면서도 “이 사건은 전적으로 전정권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여권은 귀순한 북한 판문점 공작조 변용관상위의 한국군 포섭공작 진술에 대한 수사가 소홀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합심조에 의한 수사는 2월11일 종료됐고 천용택(千容宅)국방부장관이 취임한 것은 3월3일”이라고 밝히는 등 주책임은 전정권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여권은 오히려 판문점 병사들의 북한군 접촉이 총선이나 대선때 북풍공작을 위한 첩보활동 차원에서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밝혀내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김중위의 사인을 자살로 단정하고 판문점 내통사건에 대해서도 축소 은폐한 원인을 따진다는 방침이다. 유족들이 김중위의 사인에 대해 수차례 이의를 제기하는 진정을 했는데도 군당국이 자살로 규정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는 게 한나라당의 지적이다.

한나라당은 또 판문점 내통사건이 전정권에서 일어나긴 했지만 햇볕정책 유지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한 김대중(金大中)정부에서 변상위의 진술을 의도적으로 축소 은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국정조사를 햇볕정책의 부작용을 공격하는 호재로 활용하겠다는 게 한나라당의 복안이다.

여야의 이같은 입장차로 국정조사가 진실을 밝히는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국방부가 재수사를 진행중인 상황에서 의원들이 국정조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낼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김차수·공종식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