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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중위 사망사건]軍 초동수사 부실…축소은폐 일관

입력 | 1998-12-11 19:30:00


김훈(金勳·25)중위 사망사건을 둘러싼 은폐축소 수사 의혹과 사인(死因)논란은 군을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군이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한미(韓美)간 공조체제, 종합적인 문제해결체계, 정보비밀주의, 위압적인 대민(對民)자세 등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군이 김중위 사망사건의 확대를 예방할 수 있는 계기는 충분히 있었다.

국군기무사령부는 2월3일 귀순한 북한 판문점대표부 정치부 적공과 공작조 변용관상위(26)를 조사하면서 김중위가 지휘한 판문점경비대 2소대원의 빈번한 대북접촉을 파악했다.

기무사가 안기부 경찰 정보사 등과 합동신문을 마친 것은 변상위가 귀순한 지 2주일 뒤인 16일이었으며 이로부터 8일 뒤인 24일 김중위가 숨진 채 발견됐다.

군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부대의 일상업무를 중단시키고 부대원과 지휘자를 조사해 문제점을 치유한 뒤 임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 정착된 관례이다. 그러나 군은 2소대에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기무사는 이 사실을 유엔군사령관에게 통보하고 당시 김동신(金東信·현 육군참모총장)한미연합사부사령관에게 후속조치에 대해 상의했다.

기무사는 또 존 틸럴리 한미연합사령관에게 기무사요원을 판문점경비대에 파견하는 것을 허락할 것을 요구했고 당시 김동진(金東鎭)국방부장관도 이같은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대답은 ‘불가(不可)’였다.

군은 국방자주화정책의 일환으로 최전방에 근무하는 미군을 서서히 한국군으로 대체해왔다. 판문점경비구역(JSA)은 한국군이 마지막으로 미군으로부터 인수한 최전방지역이었다. 실체는 한국군인데 지휘와 작전권은 유엔사에 있어 책임은 있고 권한은 없는 기이한 형태다.

군의 군사외교적 노력의 미흡과 한계가 사고 부대인 2소대의 ‘개조’를 불가능하게 한 셈이다.

이같은 한계는 군 내부의 고질적인 병폐와 더불어 이 사건 처리를 부실하게 만들었다.

한국군은 이 사건의 1, 2차 수사에서 미군 범죄수사대(CID)를 뒤따라가는 보조역에 그쳤다. 사건현장에서 수거된 증거물과 부검은 모두 미군의 주관으로 이뤄졌다.

또한 군의 정보흐름의 경직성으로 인해 소대원의 대북접촉과 이 사건을 연계시켜 수사할 수 있는 여지가 적었다.

단순 사건정보와 대공정보를 연계시켜 분석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이 이 사건의 대공혐의점에 대해 초기에 수사할 수 없었던 것도 이 사건의 의혹을 크게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뒤늦게 이 사건을 재조사하면서 구성한 합동조사단도 이같은 한계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미흡한 시스템은 구성원의 개별적인 노력으로 보완될 수도 있지만 변상위가 제공한 정보와 이 사건을 연결해 생각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는 것도 군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군의 자기폐쇄적인 자세도 큰 혼란을 초래한 중요한 요인이다.

김중위의 부친 김척(金拓·55·3군부사령관 역임)예비역 육군중장은 아들의 죽음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평생을 바친 군의 폐쇄적인 자세에 놀랐다. 군은 관련 정보를 제공해 유족을 납득시키기 보다는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꺼렸다.

60만 병력의 군이 선전 선무활동 등 대민작전에 막대한 예산을 들이면서도 유족마저 설득시키지 못한 한계는 불완전한 사고조사와 정보비공개주의가 어울려 빚어낸 결과다.

정권교체기에 이 사건이 터졌다는 것도 혼란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기무사는 이 사건이 터진 직후 부임한 천용택(千容宅)국방부장관에게 변상위의 진술을 한장의 서류로 요약해 보고했으나 천장관은 국회에서 “판문점에서 대북접촉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군 관계자는 “사건 당시 군 수뇌부가 곧 전역할 처지여서 군의 세부적인 문제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군사평론가 지만원(池萬元)씨는 “군이 자체 시스템의 결여와 잘못된 자세로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을 크게 키우는 우를 범했다”면서 “국방부는 이번 사건의 의혹을 풀면서 한편으로는 이같은 체계상의 문제를 보완해야 유사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