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폐회를 닷새 앞두고 여권일각에서 사정대상 정치인에 대한 불구속수사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건의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그동안 비리정치인 처리방안과 관련해 두갈래 흐름이 감지돼왔다.
하나는 비리정치인들을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것으로 주로 청와대와 국민회의쪽에서 제기됐다. 이들에 대한 구속수사를 강행할 경우 야당을 자극해 정국파행이 불가피하고 여권이 추진중인 동서화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이유에서다.
여권 관계자들은 “사정대상인 한나라당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나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부산출신 국민회의 김운환의원 등은 지역갈등 해소와 관련해 무시할 수 없는 정치인”이라며 “굳이 구속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해왔다.
그러나 사정의 주체인 검찰 등 사정당국의 분위기는 범죄혐의에 따라 원칙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강경한 분위기다. 검찰내에서는 비리의원들, 특히 김전부총재를 불구속수사할 경우 정치인 사정이 정권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타협하는 것으로 비쳐져 국민불신을 초래할 수 있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런 연유로 비리정치인의 처리문제는 궁극적으로 김대통령의 결단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정기국회 폐회가 다가오면서 사정대상 의원들은 전전긍긍해하면서도 여권의 ‘불구속 수사설’에 한가닥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돼 있는 국민회의 김운환 정호선(鄭鎬宣)의원과 한나라당 오세응(吳世應) 서상목(徐相穆) 백남치(白南治)의원 등 5명은 여권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한 방침에 일단 안도하고 있다.
그러나 ‘회기중 불체포 특권’이라는 보호막이 사라지는 19일이후의 불투명한 상황때문에 여전히 마음이 편치 못한 상태.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리혐의를 받고 있는 의원들이 당에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이와 관련, 백의원측은 “당 지도부가 판단할 사항”이라고 말했으며 오의원측은 “검찰이 얼마나 정치적 고려를 할지가 문제”라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현재 검찰의 사정권에 놓인 다른 여야의원들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로 여권의 불구속수사 건의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윤환전부총재는 정기국회가 폐회하는 대로 소환조사에 응하겠다면서도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무원인사비리와 관련된 황낙주(黃珞周)의원은 10일 검찰에 자진출두, 일단 조사에 응했다.
〈양기대·이원재기자〉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