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정기국회 폐회 후 임시국회를 소집하기 위한 명분축적에 나섰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4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중요 민생법안을 일부러 지연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으며 다만 중요법안이기 때문에 졸속처리돼서는 안된다”며 임시국회 소집가능성을 처음으로 표명했다.
그동안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사정대상에 오른 소속의원들의 보호를 위해 정기국회 직후 임시국회 개최가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떠돌았다. 그러나 당지도부는 소속의원 방패막이용으로 국회를 악용할 경우 쏟아질 비난여론 때문에 임시국회 소집얘기를 내놓고 꺼내지는 못했다.
따라서 이날 이총재의 발언에는 이회성(李會晟)씨 구속 등 여권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이같은 당내 분위기를 수렴해 당의 단합과 결속을 도모함으로써 전열을 재정비한다는 의미가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한나라당이 임시국회 소집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논리는 세가지.
첫째는 규제개혁법안을 비롯해 산더미처럼 쌓인 5백여건의 법안처리를 나흘 남은 정기국회 회기내에 처리하기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
둘째는 한나라당이 상정자체에 반대하기로 한 한일어업협정 비준동의안 처리문제 때문에라도 임시국회 소집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한나라당은 “독도를 중간수역에 포함시킨 한일어업협정은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전략에 말려든 것”이라며 15일 국회통일외교통상위에서부터 비준동의안 상정을 저지하기로 했다.
셋째는 천용택(千容宅)국방부장관 해임건의안 표결문제.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원내총무는 이날 여당의 국회본회의 불참으로 해임건의안이 자동폐기되자 “해임건의안을 다시 제출하겠다”면서 “임시국회 소집이유를 여당에서 만드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같은 한나라당의 명분찾기에도 불구하고 ‘자당(自黨)의원 감싸기’라는 실리 챙기기에 대해 비난여론이 만만치 않은데다 여권이 규제완화 일괄법안 등 주요현안의 정기국회 회기내 단독처리를 공언하고 있어 임시국회 소집여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이원재기자〉wjlee@donga.com